현재도 금융 당국은 장외 파생상품 거래 정보를 모으고 있지만, 실제 거래와 정보 수집 간 시차가 1~2개월가량 나고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정보는 아예 없어 허점이 많았다. 정부는 정보 집적에 따른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장외파생상품거래 태스크포스(TF)는 최근 거래 정보 수집과 관련해 거래 이후 보고시한·보고범위 등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월 금융당국이 장외파생상품 상세 계약 정보를 관리하는 TR 도입 계획을 밝힌 가운데 TF가 구체적인 방안에 합의한 것이다.
보고 대상은 이자율·통화 관련 스와프·옵션 등 장외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국내 200여개 금융회사다. 사실상 모든 금융회사로 보면 된다. 장외파생상품 거래 잔액을 보면 은행이 5,814조원으로 가장 많고 증권사와 보험사는 각각 744조원·49조원에 이른다. 보고시한은 거래 이후 3일 이내가 유력하다. 다만 거래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 등에 대해서는 시한을 더 유예해주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산 구축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다.
현재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로부터 장외파생상품 거래정보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장외파생상품 거래 이후 한두 달 이내로만 보고하면 돼 정보의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고기한을 거래 이후 3일 이내로 축소하고 거래 규모와 거래 상대방을 정확히 보고하도록 해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TR을 운영할 기관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금융감독원이 유력한 가운데 한국거래소나 예탁결제원이 될 여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외파생상품 거래 중에서 환율 관련 상품 거래비율이 높기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TR을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인프라 구축에 따른 법 체계 정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장외파생상품 거래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특정 상품에 대한 쏠림 등으로 시장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며 "거래 정보 수집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개정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TR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도입이 가시화됐다. 실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 관련 신용부도스와프(CDS)에 국내 금융회사가 총 4,000억달러가량 물려 있다는 루머가 나돌았지만, 실제 총계약은 720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 인프라만 제대로 갖춰졌어도 정보 혼선에 따른 시장 불안은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후 2009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장외파생상품 TR 도입이 결정됐고 주요 국가들이 속속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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