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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민심의 국정반영에 당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정부에 대한 협조를 다짐해 수위조절에 나섰다. 안 대표는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으나 오는 4ㆍ27재보선과 내년 총선(4월), 대선(12월)을 앞두고 당 우위 관계설정을 모색하고 있다. 임기는 내년 7월까지이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올 하반기께 교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당내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새벽 중국에서 급거 귀국한 김무성 원내대표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전날 당의 사퇴요구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자중지란 양상도 빚어져 귀추가 주목된다. 친이명박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원내대표의 의견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민심을 수렴해야 하는 당의 입장에서 국민여론이 국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전날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결정을 내린 스탠스를 유지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8일 청와대와 정부의 희망사항대로 야당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전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서울의 한 초선의원)"는 얘기처럼 당이 더 이상 청와대의 거수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여론 때문이다. 안 대표는 물가와 구제역 대책에 대해서도 정부에 날을 세웠다. 그는 ▦공공요금, 기름 값, 대학등록금 등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 ▦석유 값 인상에 대한 시장 점검 ▦업체 간 가격 담합 및 편법 인상 엄정 조사 ▦유통구조 개선 및 정보공개 확대 등을 주문했다. 신종 질병에 대한 상시적ㆍ예방적 종합 시스템 구축도 촉구했다. 당초 안 대표는 "불가피할 경우 (정부에 대해) 견제할 것은 제대로 견제하고 보완해나가겠다"는 내용을 회견문에 넣었다. 견제라는 말은 지난 3일 새해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가 힘주어 강조했던 말이다. 하지만 전날 당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던 청와대와 김 원내대표 등의 반발 등 당ㆍ청 갈등으로 비쳐지는 점을 의식해 최종 발표문에는 '견제'라는 말을 뺐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당ㆍ정ㆍ청이 협의해 잘해낼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피력했다. "당은 앞으로도 정부 정책에 적극적인 협조를 할 것" 이라고 다짐하며 개헌, 선거제도 개편, 국회 선진화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한 의지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 후보자가 인격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는데 안 됐다. 적격 여부를 떠나 이런 중요한 문제 제기는 신중히 했어야 했다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며 "당ㆍ정ㆍ청은 공동 운명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안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당ㆍ청 갈등으로 가서는 안 되는 만큼 자중자애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당에서 자연스레 청와대와 정부에 대해 군기잡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당내에서 일부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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