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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수에게 심판역할까지 맡긴 4대강 조사

우여곡절 끝에 겨우 출범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가 초장부터 가시밭길에 들어섰다. 과거 강연으로 중립성 논란에 휘말렸던 장승필 위원장은 지난 2007년부터 3년간 4대강 관련 사업의 설계를 맡았던 업체의 사외이사를 역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총리실에 사의를 표명했다. 인사검증을 어떻게 했길래 실제 사업 수행업체를 위해 일했던 이가 조사평가의 최고책임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경기를 뛰는 선수가 직접 심판 역할까지 하는 현실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인선을 담당했던 총리실에 있다. 무려 22조원이라는 혈세가 투여된 사업을 평가하는 일이었다. 관점도 입장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별 문제 없다"며 팔짱만 끼고 있던 감사원과 환경부가 정부가 바뀌자 돌연 "총체적 부실"이니 "녹조는 4대강 탓"이라고 말을 바꾼 판단 근거도 찾아야 한다. 국민의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엄정한 중립성 요건을 위해 위원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다. 총리실이 몰랐다면 마땅히 부실검증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하고 알고도 임명했다면 책임자 문책이 불가피하다.

지금의 위원회로는 4대강에 대한 속시원한 평가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출범부터 민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위원 상당수가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계했거나 찬성했던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 함께 심기일전해 발벗고 뛰어도 믿을 둥 말 둥인데 조사평가의 가장 중심이 되는 위원장이 부실검증 속에 낙마했으니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곧이곧대로 들을 이가 있을까 싶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할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라면 차라리 인적 구성을 다시 해 새 출발하는 게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 위원장만 바꿔 평가를 진행한다면 또 다른 분열과 갈등만 가져올 뿐이다. 시간의 틀에 얽매일 것도 없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4대강 사업의 진실이지 정부나 조직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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