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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액주주의 승리

“회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 “주총장을 무슨 대학 강의장으로 착각하고 있나.” 지난 16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두산중공업 주총장에서 오갔던 대화들이다. 오너 형제의 경영복귀 문제로 험로가 예상됐던 이날 행사는 당초 예상대로 6시간45분에 걸친 마라톤 주총으로 마감됐다. 이날 주총은 일찍부터 시민단체와 대기업의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로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마라톤 주총의 원조인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두산중공업도 시민단체의 집요한 추궁에 곤욕을 치렀다. 조목조목 따지며 ‘오너의 경영복귀 반대’를 외치는 경제개혁연대의 지적에 주총 의장인 이남두 사장은 진땀을 흘렸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박용성 전 회장의 부도덕성 ▦오너 일가가 소유지분이 없다는 점 ▦10%에 미치지 못하는 이사회 참석률 등을 조목조목 짚으며 오너 형제의 경영복귀를 반대했다. 회사 측도 이에 맞서 오너 일가의 풍부한 글로벌 경험과 책임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을 내세우며 대주주 복귀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한때 고성과 설전이 오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우려했던 거친 몸싸움과 인신공격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소 격한 감정을 추스르며 의견을 개진하는 시민단체와 주주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보려는 회사 측 배려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양측의 표 대결은 일단 회사 측의 승리로 끝났지만 경제개혁연대는 이 과정에서 따끔한 충고를 던져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주총의 진정한 승리는 두산중공업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에게 돌리고 싶다는 게 현장을 지켜본 기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주총에서 제기된 지적사항을 명심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과 지배구조 개선, 책임경영에 힘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한건주의를 노린 돌출 행동이었다는 일부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두산에 대한 관심과 감시의 끈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이날 주총장 뒷자리에서 묵묵히 앉아 마라톤 총회를 끝까지 지켜본 한 소액주주의 관전평이 귓전에 맴돈다. 그는 “비록 장시간에 걸친 주총이 지루하기는 했지만 시민단체의 지적과 열의가 만만치 않았다”면서 “듣기 싫은 소리에도 계속해서 발언권을 부여했던 회사의 성의에도 높은 점수를 매기고 싶다”고 밝혔다. 두산이 이처럼 고마운 주주들에게 보답할 길은 투명경영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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