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도 골프친다

북한에서도 골프친다평양등 3곳서 당간부 외교관등 가능..

남북 정상회담으로 관심이 온통 북한에 쏠려 있는 가운데 「북한에도 골프코스가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연습장이나 필드에서도 북한의 골프가 단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늘집은 있을까, 여성 캐디는 있을까, 그린피는 얼마나 될까 등등이 아마추어 골퍼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 북한에서 사용하는 골프용어에 대한 관심도 커서 골퍼들끼리 북한식으로 용어를 바꿔쓰면서 웃음보를 터뜨리는 모습도 자주 연출되고 있다.

북한에 다녀 온 재외교포나 관련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골프장은 물론 연습장도 있다.

그러나 골프를 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돼 고위관리나 일부 관광객 뿐이라는 것이 직접 다녀 온 사람들의 전언이다.

북한의 골프장 87년 개장한 평양CC(태성CC)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묘향산 김일성 별장내 골프장, 또 종합레저단지로 조성된 룡성골프장 등 모두 3곳. 이 가운데 평양CC는 회원권이 우리 돈으로 약1,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하는 회원제 코스다. 회원은 약600명이며 그린피는 회원이 약 3만원, 비회원은 1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두 곳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채 당 고위층과 서방외교관들이 즐기는 요새로 알려져 있다. 묘향산 골프장은 묘향산 입구 향산호텔에서 1.5㎞떨어진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으며 룡성골프장은 남한의 대형 놀이공원을 연상케 하는 곳으로 평양 시내에서 승용차로 20분 거리다.

평양CC는 83년 착공돼 87년 김일성의 75회 생일을 기념해 개장된 곳으로 태성호 북쪽 기슭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태성CC로 불리기도 한다.

이 곳에서는 이달중에 미국LPGA투어 선수인 펄 신이 동참하는 하와이 교민 골프대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바람에 다음달로 개최시기가 연기됐다.

평양CC 총부지 36만평, 총길이 6,900㎙, 18홀 72타이며 파 3홀과 파 5홀이 각각 4개씩, 파 4홀이 10개로 국내 회원제 코스와 규모나 구성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늘집이 없고, 클럽하우스 메뉴는 백반정식 하나뿐이며 클럽과 볼, 신발을 모두 빌릴 수 있다. 그러나 품질은 너무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클럽하우스내 골프상점에 모자나 티셔츠 등의 기념품이 없다는 점도 국내 회원제 골프장과 다른 점이다.

평양CC에서 직접 라운드했다는 서대숙 당시 하와이대학 정치학교수는 『8홀이 호수 주변에 자리잡고 있으며 18홀 전 홀에서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등 풍광이 빼어나 주변 여건으로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캐디의 친절도도 최상급으로 OB가 난 볼을 끝까지 찾아주며, 친절하고 상냥하다. 이 골프장에는 모두 30여명의 캐디가 있으며 전동카트를 이용할 경우 1명이, 수동카트를 끌어야 할 경우는 2명이 플레이를 돕는다.

그러나 관리는 부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교수는 페어웨이의 풀이 길어 볼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고 벙커는 모래가 충분하지 않은데다 잡풀이 나 있다고 전했다.

골프연습장 3곳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90년 문을 연 평양골프연습장이다. 부지 2만9,800㎡에 30타석, 휴게실, 간이식당, 골프용품판매점 등을 갖추고 있으며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주로 외국인이 이용한다.

골프선수와 골프교육 북한에는 현재 공식적으로 골프 국가대표팀이 조직되어 있지 않으며 90년 북경 아시안게임 당시 처음으로 남자골프부문에 출전했으나 이대 대표선수였던 박영치 등 4명은 모두 40대 후반의 조총련계였다.

북한에서는 외교관으로 파견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6개월간 교육을 실시하면서 골프 이론교육도 시킨다고 한다. 골프교육을 시키게 된 것은 외교단 사업총국장 직원이 외국주재원과 라운드를 하던중 퍼팅을 드라이버로 하는 해프닝을 벌여 망신을 당하자 중앙당이 골프교육을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북한의 골프용어 다른 분야의 용어처럼 우리 말을 최대한 활용해 설명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미국식으로 말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식 발음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예를 들면 아이언을 쇠채, 우드를 나무채라고 부르며 때론 아이안쿠랍, 웃드쿠랍이라고도 하는 식이다. 클럽을 통칭할 때는 그냥 채라고 부른다.

레굴러 티(REGULAR TEE)는 앞출발 티, 백 티(BACK TEE)는 뒤출발 티, 벙커는 방해물 또는 모래웅덩이라고 하며 그린은 도착지, 정착지라고 말한다.

홀은 캬브 구멍이라고 부르는데 캬브는 컵(CUP)에서 나온 말인 듯하다.

이처럼 북한의 골프용어는 처음 듣기에는 생소하지만 한번 생각해보면 쉽게 뜻을 알 수 있다.

김진영기자[e-mail]

입력시간 2000/06/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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