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로 경영환경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손해보험업계에 장기 간병인보험이 위기극복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초기 판매량이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고무적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손보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했던 실손보험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26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손보사들이 앞다퉈 출시하고 있는 장기간병인보험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손보사 별로는 지난 6월 가장 먼저 출시된 현대해상의 '100세시대 간병보험'이 출시 6개월 만에 61억8,000만원어치나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동부화재의 '가족사랑 간병보험'도 출시 4개월 만에 45억3,000만원어치가 판매됐고 LIG손해보험의 '100세LTC 간병보험'은 2개월간 16억6,000만원어치가 팔렸다. 이들 외에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단독상품은 없고 기존에 나와 있는 보험상품의 특약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개별 보험상품의 경우 월 판매량이 5억원 정도만 팔려도 성공작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월평균 10억원의 실적은 고무적인 성과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상품 설계를 할 때만 해도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실적이 좋아서 우리도 놀라고 있다"며 "손보업계가 일종의 블루오션 시장을 찾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간병인보험이 큰 인기를 끌면서 만성적인 저금리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손보업계에 단비가 되고 있다.
간병인보험은 고령화 및 정부지원 가능성을 감안할 때 전망이 더욱 밝다. 고령화 속도에 비해 공공부문의 장기요양보험 수용능력이 떨어지는데다 보장성 보험시장이 포화되면서 보험사 역시 고령보험 시장에 적극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장기간병인보험이 2000년 이후 손보업계의 고속성장을 견인했던 실손보험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손보업계는 새천년 초반 GA(보험법인대리점), 방카슈랑스 같은 신채널을 동원해 실손보험을 집중적으로 판매해왔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보험시장은 고령수요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간병보험은 2000년 이후 실손보험이 걸어온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시장이 좀 더 성숙하고 자리를 잡으려면 걸림돌도 적지 않다. 특히 장기간병인 보험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손보업계의 숙제로 남는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출시된 장기간병상품 중에서는 판매가 중지되거나 주계약에서 특약으로 전환된 경우가 많다.
김태민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간병보험은 고령화와 관련된 통계가 부족해 적정 위험률 산출이 수월하지 않고 노인성 질환에 대한 인식도 아직 부족하다"면서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간병인보험은 손보사의 실적을 이끄는 주된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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