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독자 앱스토어를 개설한다. 네이버는 이 앱스토어를 모바일 게임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이르면 다음달 애플리케이션 장터 '네이버 마켓(가칭)'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가 그동안 '네이버 앱'∙'네이버 지도'∙'네이버 북스' 등 별개의 앱을 출시한 적은 있으나 독자적인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는 앱스토어에서 우선 게임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이후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NHN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려면 자체 앱스토어 운영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내부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앱스토어의 운영 주체는 한게임이 아닌 네이버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마켓은 구글 플레이(옛 안드로이드마켓)를 통해 먼저 출시된다. 기존 티스토어(SK텔레콤)나 올레마켓(KT)처럼 구글 플레이 내에 입점하는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운영된다. 이르면 연말에는 애플 앱스토어용 네이버 마켓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는 네이버 마켓을 차세대 모바일 게임시장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게임(SNG)의 전진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조기에 시장을 선점하면 소셜네트워크게임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네이버는 올 1월 기존에 운영하던 소셜네트워크게임 서비스인 '소셜앱스'를 '네이버 소셜게임'으로 변경하고 시장 진입을 모색해왔다.
현재 네이버 소셜게임에서 제공 중인 게임은 204종이다. 하지만 모두 PC용으로 제작돼 모바일기기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네이버는 향후 네이버 마켓을 통해 국내 개발사의 게임뿐 아니라 해외에서 검증 받은 게임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해외 유명 모바일 게임을 먼저 확보하려는 유치전도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음∙카카오톡과의 경쟁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음은 올 초 일본 모바일 게임 플랫폼 전문업체 디엔에이(DeNA)와 손잡고 '다음 모바게' 서비스를 내놨다.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엔지모토의 '위 룰'를 포함해 관심을 모았지만 아직까지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다음은 현재 12종에 불과한 게임 종류를 연내에 100여종으로 늘리고 애플 앱스토어에도 다음 모바게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네이버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될 전망이다. 카카오톡은 올 하반기 '게임센터'를 설치하고 모바일 게임시장에 진출한다. 4,5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가입자를 감안하면 단숨에 모바일 게임시장의 강자로 떠오를 수도 있다. 카카오톡은 이미 국내 위메이드로부터 250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모바일 게임 공급협상까지 마쳤다.
네이버 마켓이 출범하면 국내 포털시장에서 네이버의 독주 체제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이다. 소셜네트워크게임은 다른 게임보다 사용자들의 몰입도가 높아 자연스럽게 검색 점유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메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네이버는 국내 모바일 검색시장에서 63.8%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다음이 15.9%로 2위를 기록했고 구글(14%), 네이트(4.6%), 야후(0.9%)가 뒤를 이었다. 네이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점유율이 8%포인트가 늘었다.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네이버 마켓의 파급력이 크기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등의 영향력이 확고한 데다 국내 이동통사들도 자체 애플리케이션 장터를 통해 별다른 수익을 거두고 있지 못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경쟁력의 척도인 게임 콘텐츠 확보도 최근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서비스하는 '채널링(channeling)'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어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독자 앱스토어를 구축하는 것은 자체적인 수익 확보가 아닌 검색 점유율을 한층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라며 "일단 시장에 안착하면 향후 한게임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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