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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도 자회사로 낙하산 인사
입력2003-04-09 00:00:00
수정
2003.04.09 00:00:00
이진우 기자
정부 관료의 낙하산 인사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은행들이 지난달 정기주총을 전후해 퇴임한 임원이나 간부급 직원들을 자회사 임원으로 잇따라 내려보내고 있어 또 다른 형태의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은행들은 자회사가 처한 상황과 임원들의 능력 등을 고려해 인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자회사들은 퇴임한 임원들의 `자리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2월 조봉환 전 부행장을 국민신용카드 사장으로, 박동순 전 동부지역본부장과 강응구 IT전략팀장을 부사장으로 각각 내려 보냈다. 또 지난달 정기주총에서 물러난 김병상 전 부행장과 김정영 전 경수지역본부장이 각각 KB부동산신탁 사장과 부사장으로 이동했으며 변종환 전 동부산지역본부장은 국민창업투자 부사장으로, 김재한 전 강동지역본부장은 KB신용정보 부사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주총에서 퇴임한 장명기 전 부행장을 신한캐피탈 부사장에 선임했으며 외환은행은 박진곤 부행장과 황확중 부행장을 각각 미주현지법인과 캐나다현지법인 은행장으로 내정했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 합병주총에서 물러난 이정세 전 상무를 하나생명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은행들은 이어 그동안의 관례로 볼 때 3월 말 결산법인인 보험과 리스, 캐피탈, 종금 등 2금융권 자회사들이 정기주총을 갖는 오는 5월을 전후해 또다시 상당수의 퇴직 임원이나 간부들을 내려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은행 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에 강력히 반대하면서도 `남이 하면 스캔들,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도 되는 양 퇴임 임원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다”며 “이런 폐단은 자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 모은행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회사들의 경우 아직 내부에서 임원을 발탁할 정도로 업력이 길지 않은데다 사실상 은행그룹 차원에서 업무를 분사시킨 형태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연고가 없는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조흥은행은 이 같은 인사관행 속에서도 지난해 자회사인 조흥투신운용 사장에 은행출신이 아닌 홍후형(미국명 로이홍) 전 월스트리트컨설팅그룹 대표를 이례적으로 임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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