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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동심 잡아라" VIK 마케팅이 뜬다

어릴적 접한 상품 머리에 쏙 어른이 되면 매출로 이어져

엄마·아빠와 즐기는 강좌서 라바·타요 캐릭터전 잇따라

식료품업계 장난감 경품이어 패션업계도 패밀리룩 등 선봬



'상품이 아닌 추억을 팔아라.'

'VIK(Very Important Kids)' 마케팅의 대상은 경제력이 없는 어린이다. 하지만 단순한 상품이 아닌 경험과 추억을 함께 판매해 미래의 고객인 어린이를 구매의사 결정주체로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다. 부모 손에 이끌려 처음 접한 상품과 서비스는 아이의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고 이는 자연스레 기업의 매출증가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 축구교실에서 코카콜라를 마신 아이는 어른이 돼서도 펩시콜라가 아닌 코카콜라만 찾게 된다는 얘기다. 유통업계가 10년 뒤 고객인 어린이를 잡기 위해 VIK 마케팅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백화점과 아웃렛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전국 31개 매장의 여름학기 문화센터에 인기 캐릭터 '라바'를 활용한 강좌를 150개나 마련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케이크·쿠키·인형·그림 등의 강좌도 이미 90% 이상 예약이 완료됐다. 지난달 30일 일산점에 문을 연 '타요타요 체험전'은 첫날에만도 500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은 어린이 동반고객이 늘자 이달부터 '키즈 페달보트'를 열고 주말마다 '미니 인형극장'을 진행한다. 앞서 '뽀로로 테마파크'를 열었던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에는 개장 두 달 만에 3만명이 다녀갔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부산 센텀시티점 9층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동물원과 공룡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 '주라지'를 개장했다. 신세계는 주라지 개장을 앞두고 미국 LA의 유명 어린이 테마파크 '스커볼 문화센터'를 만든 건축사무소 올슨쿤딕에 설계를 맡겼다.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바닥분수와 안개분수까지 갖춘데다 최대 3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어린이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4월에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은 아예 매장 전체를 유모차로 다닐 수 있도록 구성해 서울에 사는 고객들도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30일 목동점 7층 문화홀을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로 바꿨다. 축구장·농구장은 물론 미로탐험장과 자전거놀이터까지 있어 7층에 위치한 아동 브랜드와 커피 전문점의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자 최근에는 충청점에도 모래놀이터와 정글짐을 갖춘 '뽀로로 키즈카페'를 개설했다.

홍영준 롯데백화점 마케팅팀 문화사업담당 매니저는 "백화점에 아이를 위한 문화 서비스를 마련하면 우선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백화점을 방문하게 된다"며 "아이들이 노는 사이에 가족들은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어 앞으로도 관련 시설과 강좌를 적극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앞다퉈 VIK 마케팅에 팔을 걷어붙였다. 기존에 운영하던 문화센터 강좌에서 더 나아가 어린이를 둔 부모에게 다양한 할인쿠폰과 혜택을 제공하는 전용 멤버십이 대표적이다. 이마트(맘키즈클럽), 홈플러스(베이비&키즈클럽), 롯데마트(다둥이클럽)의 어린이 전용 멤버십 가입자는 누적 가입자가 300만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TV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를 반영한 '아빠참여형' 강좌도 부쩍 늘었다. 이마트는 올 여름학기 전국 69개 문화센터에 아빠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강좌를 전년보다 40% 늘렸고 홈플러스도 전국 123개 매장의 평생교육스쿨 강좌 중 15%를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롯데마트도 아빠참여형 강좌를 지난해 480개에서 600개로 늘렸다.



장중호 이마트 마케팅담당 상무는 "일반고객과 비교해 맘키즈클럽 고객의 평균 객단가는 6만6,000원으로 30%가 높고 매장을 방문하는 횟수도 월 3.2회로 19%가량 많다"며 "고객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혜택을 매월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음료 업계는 일찌감치 VIK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맥도날드는 햄버거에 장난감을 경품으로 끼워주는 해피밀 세트와 별도로 2006년부터 '로날드 맥도날드 어린이 축구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축구단과 연계한 맥도날드 축구교실은 지금까지 19만명이 참여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축구로 맥도날드를 만난 아이들이 성장하고 가족을 이루기까지 맥도날드를 평생지기로 삶에 각인할 것이라는 전략이 숨어 있다. 한국피자헛은 매년 전국 317개 매장에서 피자를 만드는 '쿠킹클래스'를 개최한다. 2004년 일부 매장이 어린이 생일잔치용으로 도입했던 이 행사는 어린이 고객의 호응이 잇따르자 2006년 전국 매장으로 확대됐고 누적 참여인원이 10만명을 넘어섰다.

VIK는 패션업계에서도 파워풀한 큰손이다. 업체들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키즈라인을 함께 출시해 자연스럽게 패밀리룩을 꾸밀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 키즈라인이 나오는 브랜드의 판매량이 높기 때문이다. 빈폴키즈가 테마파크 에버랜드와 협업해 지난달 선보인 '로스트밸리'는 출시 한달 만에 물량이 소진됐고 K2의 아동용 워킹화 '라이트다이얼'은 프레디족(친구 같은 아빠)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버버리키즈'와 '구찌칠드런'으로 대표되던 명품 아동복이 '노스페이스키즈' '뉴발란스키즈' '블랙야크키즈' 등 아웃도어 패션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어린이를 통해 패밀리 고객을 끌어들이는 한편 이들을 일찌감치 브랜드에 친숙한 잠재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VIK 마케팅은 유통업계 밖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프로축구단 인천유나이티드FC는 무료 경기관람권과 점퍼·가방 등을 주는 '키즈유나이티드' 프로그램을 내놓았고 기아자동차는 '스포티지' 차량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변신로봇 또봇'을 만들었다. 제주신라호텔은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무료 이유식을 제공하는 한편 놀이시설인 '짐보리 키즈 클럽'까지 마련했다.

VIK 마케팅이 각광 받는 것은 겉으로는 아이를 매개로 소비가 이뤄지지만 결국 지갑을 여는 것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다는 욕구는 결국 가족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보상심리와 맞닿아 있다. 최근에는 경제력을 갖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늘고 결혼하지 않은 삼촌이나 이모 역시 급증하면서 VIK 마케팅이 기업의 핵심 마케팅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아이 하나가 2포켓(부모)의 창구였지만 이제는 최대 8포켓(부모·조부모·외조부모·삼촌·이모)까지 연다는 것이다.

손영석 동의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어린이를 겨냥한 기업의 다양한 마케팅은 미래의 잠재고객을 효율적으로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전략"이라며 "다만 지나치게 상업성을 부각시키거나 고가 전략만을 앞세운다면 부작용이 뒤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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