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에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하면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65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지난 6월 중순 115달러에서 6개월 만에 무려 43%가 하락한 것이다. 사실상 지난달 말 OPEC이 석유감산을 부결했을 때 미국 석유산업에 전쟁을 선포한 셈이었다.
세계적 경기 둔화에도 OPEC이 시장의 기대보다 더 많이 석유를 생산하는데다 미국이 근래 5년 동안 셰일오일 생산을 대폭 늘린 것이 가격 급락 원인이다.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정략이라고도 하지만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업체 역시 과다투자에 따른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석유전쟁은 1970년대부터 굵직한 사건을 주도했다.
이번 석유전쟁의 승자와 패자는 누구이며 결말은 어떨지 궁금하다.
우선 석유 수입국과 석유 소비자는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OPEC이나 러시아와 같은 석유 수출국에서 일본·중국·인도·터키·유로존 같은 석유 수입국으로 부가 이전되는 것이다. 또 석유 생산업자에게서 석유 소비자에게 부가 이전된다. 원유 가격이 40달러 하락하면 매년 약 1조3,000억달러가 소비자에게로 이전된다고 한다. 이는 소비심리를 자극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인플레이션도 낮아진다. 중앙은행이 경기 진작을 위한 저금리 정책을 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는 소비 수요 증가와 함께 경제의 총수요도 증가시킨다. 이뿐 아니라 셰일오일은 미국 외에도 중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묻혀 있다. OPEC의 독주를 막음으로써 유가가 구조적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석유 수출국과 효율성이 낮은 석유 생산업자는 어렵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86년부터 산유량을 극적으로 늘렸다. 1998년까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러시아는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도 러시아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석유 수출국은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들이 달러 표시로 발행한 대외 채무는 석유 수입 감소와 달러 강세로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효율성이 낮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업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지난 10여년간 투자를 위해 발행한 고수익채권은 약 17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생산업자는 차환 발행이 쉽지 않아 자금 조달과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석유전쟁은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혼란을 가져온다. 석유 수출국의 대외 채무 문제, 셰일오일 생산업자의 신용 악화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하지만 유가가 하락하면 이면에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는 내재적 동인이 있다. 장기적으로 과다 공급업체가 정리되고 유가는 안정 국면에 접어들며 총수요는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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