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세상에 나온 '포드 모델 T(ford Model T)'는 마차에서 방금 진화한 자동차를 보는 듯 하다. 스프링이 장착된 이 차는 비포장 도로에서도 무리없이 달릴 수 있었고 독창적이면서 실용적인 디자인은 미국을 자동차 종주국 자리에 올려놓았다. 동시에 포드의 대량 생산 기술인 포디즘(Fordism)을 세계에 널리 알린 상징적인 존재다.
세월이 지나 1946년 출시된 오리지널 폭스바겐은 이후 50년간 2,100만 대가 생산된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차다. 독일 국민차로 태어난 비틀은 당시 독일의 우수한 전기 기계공학 기술에 힘입어 저가형 차임에도 견고한 차체 구조를 갖췄고 춥고 습한 아침에도 문제 없이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성공 비결은 깜찍한 외양 이전에 견고한 엔지니어링에 있었다.
프랑스의 상징이 된 시트로엥 2CV는 "달걀 바구니를 싣고 비포장 이면도로를 달려도 달걀이 깨지지 않는 유연한 서스펜션을 가진 차로 작고 저렴하면서 나믹산을 신은 농부 2명이나 감자 60kg 혹은 작은 와인통을 실을 수 있는 '우산이 있고 네 바퀴와 엔진이 달린 소형 짐마차'같은 차가 필요하다"는 개념 아래 탄생했다. 프랑스 국민차가 된 까닭에는 이용자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깔려 있다.
이처럼 혁신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이 사회와 소통할 때 이들은 문화ㆍ경제적 지형도까지 뒤흔드는 힘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고 할 만하다. 이 책은 영국 디자인 전문 박물관인 디자인뮤지엄이 내놓은 '세상을 바꾼 50가지' 시리즈를 번역한 것이다.
시리즈 2권에 해당하는 '세상을 바꾼 50가지 자동차'는 이 외에도 아랍 국가들의 원유 판매 거부로 휘발유 수급이 문제가 되자 영국이 개발한 초소형차 BMW 미니를 비롯 폭스바겐 골프, BMW3시리즈, 아우디 100, 닛산큐브를 거쳐 벤츠가 개발한 2인승 차 스마트까지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를 좇는다.
1권 '세상을 바꾼 50가지 의자'는 1859년 탄생한 토네트의 나무 의자 '사이드 체어 넘버 14'부터 미국의 찰스&레이 임스 부부가 만든 유리섬유 재질의 플라스틱 의자 등 디자이너의 손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복제품으로 생산되는 대중적인 의자들을 보여준다. 미스 반데어로에가 왕의 휴식을 위해 만든 '바르셀로나'와 라운지 체어의 원조가 된 '트렌젯' 까지 사진들도 생생하다.
3권 '세상을 바꾼 50가지 신발', 4권 '세상을 바꾼 50가지 드레스'까지 출간됐다. 각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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