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00년 가까이 지켜온 ‘비밀주의’틀을 완전히 벗어 던진다. 벤 버냉키(사진) FRB의장은 앞으로 연간 4회의 정례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또 통화정책 결과를 담은 정책성명서 발표는 지금 보다 1시간45분 앞당겨 12시30분 발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서머타임기간 중에는 다음날 새벽 1시30분, 겨울철에는 새벽 2시30분 결과를 알 수 있게 된다. FRB는 24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의장이 다음달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통화정책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RB는 “FRB의장의 기자회견은 통화정책을 보다 명확하고 시의 적절하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온라인을 통해서도 중계가 될 것”이라며 설명했다. 지난 1913년 설립 이후 FRB는 통화정책에 대해 아예 공개하지 않거나 시장이 이해하기 어렵도록 모호하게 하는 비밀주의적 전통을 고수해왔다. 1994년 이전까지는 FRB는 금리결정을 정기적으로 발표하지도 않았다. FRB의장의 기자회견은 아주 희귀한 경우로 한정됐다. 지난 1979년 폴 볼커 당시 FRB의장은 토요일 저녁 기자들을 불러 금리를 1% 올린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6년 FRB 의장이 된 버냉키는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과는 달리 통화정책 투명성 제고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또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이 제기됐고, FRB는 국민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도록 압박을 받아왔다. 미 의회는 지난해 FRB가 금융회사별로 구제금융 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입법을 하기도 했다. 모건 스탠리 스미스 바니의 수석 채권시장 전략가 케빈 플래가넌은 "버냉키가 FOMC 성명에 대한 시장의 오해를 명확히 해명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의 발언을 시장이 오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버냉키가 (기자회견에서) 계속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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