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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된 만능통장

[노후준비에 인플레 복병]<br>물가상승률만도 못한 금리 저축수단으로써 장점 실종<br>해약 고민하는 가입자 늘어


서울 성북구에 사는 가정주부 박영미(42)씨는 지난 2009년 11월 만능통장으로 알려진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했다. 자신과 남편, 자녀 2명 등 모두 4개의 통장을 개설해 매달 50만원가량을 넣고 있다.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주택청약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연 4.5%의 고정금리를 겨냥해 장기저축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박씨는 2년 이상 불입한 만능통장 해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시중은행보다는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만 이자소득세 등 제반 세금을 빼고 나면 만능통장 이자율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능통장도 '인플레이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금리 메리트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5월 출시된 만능통장은 기존의 청약저축ㆍ청약예금ㆍ청약부금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주택 소유나 연령제한 없이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가족 전체가 통장을 개설하는 경우도 많았다. 만능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 1,122만3,712명을 기록, 사상 최고를 나타냈다. 출시 1년5개월 만인 2010년 10월에 가입자 수 1,0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4월 1,1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자율 때문에 박씨처럼 만능통장 해지 여부를 고민하는 가입자들이 늘고 있다. 만능통장은 이자율이 연 4.5%로 고정돼 있지만 이자소득세 등을 제외하면 손에 들어오는 금리는 연 3.8%가량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4.0%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만능통장의 실질이자율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정부가 물가지표에 포함되는 항목을 수정하기 전의 구(舊)물가지수가 4.4%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이자율 메리트는 더욱 떨어진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만능통장은 시중은행 예금상품보다 금리가 높아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며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고공비행을 이어가면서 노후준비용 저축수단으로서의 장점을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만능통장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가입자가 급증하다 보니 주택청약 1순위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진 반면 수도권 분양시장에서는 미분양ㆍ미계약 물량 증가로 만능통장 없이도 분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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