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호전으로 보유 현금이 늘어나면서 부채를 상환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금융 관계사 제외)의 부채 상환 총액이 20조7,811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상환액(16조8,539억원)보다 23% 늘어난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장기부채 상환이 특히 많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 216억원에 그쳤던 장기부채 상환액은 올해 5,748억원으로 26배 이상 증가했다. 또 단기부채와 회사채를 갚는 데에도 각각 15조5,320억원과 5,700억원을 사용해 지난해보다 각각 23%와 39% 많았다.
이처럼 상장사들의 부채 상환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기업들이 그 동안 쌓아두었던 보유현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약 2년간 진행된 현금 확보 전략과 올 2ㆍ4분기 영업이익 증가 등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앞으로도 영업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 같지 않다는 판단에 부채상환에 나섰다는 것이다.
시중금리가 크게 낮아진 점도 부채 상환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이전에 빌린 금융권 등의 부채를 갚고 새로 자금을 빌리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부채 상환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중심을 뒀다. 증권사의 기업자금 담당자는 “최근 기업들의 부채 줄이기는 경기 회복과 이에 따른 적극적인 현금활용전략의 결과”라며 “영업이익이 계속 증가하는 한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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