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업계가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요구 및 결제대금 미지급에 맞서 납품 중단이라는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최근 경기침체 여파가 협력사간의 납품가 갈등으로 비화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17일 주물업계에 따르면 GM대우차의 1차 협력업체인 한양정밀은 최근 주물제품을 납품하는 6개 주물업체를 대상으로 고철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 만큼 납품가를 kg당 288원씩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양정밀은 특히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지난 9월과 10월에 걸쳐 2달치 분의 납품대금을 아예 협력사에 한푼도 지급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물업체들은 터무니 없는 요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물업계는 “고철가격이 떨어졌다고 해도 소폭에 머무른 데다 선철의 경우 오히려 지난 8월 톤당 53만원에서 70만원으로 17만원이나 올랐다“며 “인건비 부담과 생산비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반대로 납품단가 인상 요인이 크다”는 입장이다. 허만형 주물조합 전무는 “지난 상반기에 원자재가가 턱없이 오를 때는 생색용으로 쥐꼬리만큼 올려주더니 고철가가 조금 내려가니까 이 때다 싶어 납품가 인하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무리하게 납품업체를 몰아붙이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자동차 산업에 파국을 몰고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납품업체들은 특히 한양정밀이 최근 어렵게 결정된 업계의 자발적인 납품가 인하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물업계는 최근 경제난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다음달 1일부터 납품가를 기존 인상분의 10%에 해당하는 kg당 50원씩 내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자동차업계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이 상생 차원에서 먼저 부담을 떠안는 등 솔선수범에 나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위기를 돌파하자면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오히려 이 같은 납품가 자율 인하에 편승해 더 큰 양보를 얻어내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한양정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사태는 주물업체들이 일정 가격 이하로는 납품가를 내리지 못하겠다며 담합을 해서 생긴 일”이라며 담합 부분에 대한 대응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서로 과열된 분위기를 진정시키면 해결도 가능할 것”이라며 “GM대우차가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서 1차 협력업체도 원청업체와 납품업체 사이에 끼어 이중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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