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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삿속" 비난에 "경영악화" 맞서

은행 대출금리 안내리나 못내리나 <br>여론 "예대마진 크게늘어 은행만 배불린다" <br>은행 "고정대출금리 인하 시차둬야 타격 적어"

“대출금리를 안 내리는 것인가, 아니면 못 내리는 것인가.‘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은행장들에게 콜금리 인하 폭 만큼 대출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촉구하면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은이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자마자 즉각 예금금리를 비슷한 폭 만큼 낮췄던 은행들이 대출금리에 대해서는 0.05%포인트 내리는 등 ‘생색내기’에 그치면서 은행만 예대마진을 챙기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은 총재가 은행장들에게 공식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앞으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은행의 반박도 강하다. 현재의 예대마진 폭이 적정 수준이 아닌데다 대출금리를 즉각 내릴 경우 경영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일반 서민 대출의 경우 대부분 시장연동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콜금리가 인하된 뒤 바로 대출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만 예대마진 챙긴다”는 비판 확산=은행들은 예금금리는 빠르게 큰 폭으로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천천히 소폭으로 인하되면서 예대마진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올들어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지난해말 4.12%에서 6월말 3.83%로 0.29%포인트 하락한 반면, 대출금리는 6.20%에서 6.06%로 하락폭이 0.14%포인트에 그쳐 예금금리 하락 폭이 대출금리 하락 폭보다 2배 이상 컸다. 이에 따라 은행의 예대마진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월말 현재 예대마진이 2.23%포인트로 31개월만에 최대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8월말쯤에는 2.5%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콜금리 인하가 은행의 수익 증대에만 기여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 소비와 투자 촉진이라는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취지가 은행의 ‘장삿속’ 때문에 묻혀 버렸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은행권, “고정금리대출은 단계적으로 인하할 수밖에 없다”= 장삿속 비난에 대해 은행권은 대출과 예금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비난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대출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은 전체 대출중 70%가 넘는 대출이 CD(양도성예금증서) 연동금리로 콜금리 인하와 함께 이미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CD금리에 1.5%~1.7%를 얹어 대출하는 CD연동대출 금리는 콜금리 인하 직후 0.25%포인트 인하됐다. 은행권은 그러나 나머지 고정금리 대출상품은 쉽게 인하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금금리는 금리 결정 후 만기까지 같은 금리가 유지되지만 대출금리는 인하하면 바로 다음달 이자 납입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콜금리 인하 후 바로 떨어뜨리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하는 콜금리 인하 후 수개월간에 거쳐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대마진 폭도 아직 적정수준 아니다”반박= 은행권은 또 일각에서 예금금리 인하에 따라 예대마진폭이 2.5%에 달하는 등 은행이 ‘예대마진’을 늘리는 데만 혈안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아직 충분한 예대마진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비용 등 원가와 신용위험 등을 감안했을 때 예대마진은 3% 이상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동현 금융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마진폭은 미국 등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며 “지난 94년부터 2003년까지 국내 은행 산업은 사실상 적자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정한 예대마진을 통해 은행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을 높여야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으면서 국내 은행산업이 선진국처럼 한단계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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