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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보기술산업 기로에…”/지난해 PC판매 5% 성장에 그쳐
입력1997-02-05 00:00:00
수정
1997.02.05 00:00:00
온종훈 기자
◎PC보급률도 미 절반인 20% 불과/모험자본투자 늘며 자금난 해소/유럽통합 앞두고 각종규제 풀려「21세기 정보기술분야에서 유럽은 몰락하는가」
미국, 일본 등과 함께 세계 3대 경제축임에도 유럽은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분야에서는 크게 뒤져있었다. IT업계의 유명인사인 앤디 글로버 인텔사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유럽이 지금과 같이 IT분야에 계속 냉담하다면 결국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질 것』 이라고 경고했다.
IBM, 컴퓨터 어소시에이트(CA)등 컴퓨터·소프트웨어업체들도 유럽의 정보기술분야의 수준이 미국에 비해 10년이상 뒤져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사의 칩이나 컴퓨터의 매출을 확대키 위한 발언이지만 유럽의 IT산업의 수준은 사실 심각한 실정이다.
유럽최대의 PC메이커인 이탈리아의 올리베티는 계속되는 경영부진으로 지난달 PC사업을 포기, PC사업부문을 매각했으며 프랑스의 불사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유럽전체 PC판매가 처음으로 일본·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밀려났다. 경쟁상대들이 수십%의 성장을 할때 유럽은 겨우 5% 매출 성장에 머물렀다. PC보급율도 미국의 절반수준인 20%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으며 PC통신 이용가구도 미국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IDC 통계기준)
이때문에 지난주 유럽집행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정보산업과 일본 미국의 수준차가 우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를 의미하듯이 이런 체제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우선 그동안 유럽 IT기업들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자본조달의 어려움이 점차 풀리고 있으며 각종 시장, 노동규제도 점차 풀리고 있다.
모험자본가들의 창의력에 의존도가 높은 IT산업의 특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유럽 투자자들은 모험자본에 투자하는 것을 꺼려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런 추세는 바뀌고 있다. 실제 유럽 모험자본들의 절반정도가 몰려있는 영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대비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 미국과 같은 0.8%에 이르렀다. 미국의 투자자들도 유럽의 IT관련 창업투자회사들을 찾기 시작하면서 IT기업들의 자금조달문제는 많이 개선되었다.
실제 미국은행들은 유망기업들을 발굴, 미국의 나스닥증시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내에서도 런던과 브뤼셀에 나스닥과 유사한 하이테크중소기업주만 전문적으로 거래되는 주식시장이 개설되고 있다.
여기다 그동안 미국에 비해 국가단위로 이루어지던 마케팅이 유럽통합을 앞두고 각종 시장, 노동규제가 풀리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인터넷의 보급으로 그동안 지역단위, 국가단위로 머물러 있던 마케팅이 글로벌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까지 유럽 IT산업이 경쟁상대인 미국, 일본 등과 어깨를 견줄수 있게 됐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다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분야에서 후발주자인 유럽이 다음세기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의 변신이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온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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