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험은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08년 한국 국가기술혁신체계 진단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과학기술부총리 및 과학기술혁신본부 체제는 회원국 중 가장 선진화된 시스템"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성과도 나왔다. 과기부총리제 도입으로 2008년 정부의 R&D 투자 규모는 10조원 시대를 열었고 2002년만 해도 2%중반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06년 3%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직제가 개편되면서 이 같은 시스템은 사라졌다. 과학기술부는 교육부로 통폐합됐다. 컨트롤타워 없이 표류하던 과학기술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들어 뒤늦게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만든다.
과학기술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없기는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에서 만든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이하 국과심)로 격하된 뒤 미래창조과학부에 통합된다. 표면적으로 미래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올해 19조원에 달하는 정부 R&D 예산은 미래부 등을 비롯해 33개 부처 및 위원회에서 관장하고 있다.
예산 조정도 이원화돼 있다. 미래부가 국과심을 통해 70%가량의 예산을 확정한 뒤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면 여기에 다시 기재부가 30%가량의 일반 R&D 예산을 더해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산 이원화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범부처 조정 능력과 예산 조정권이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백악관에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있어 예산실과 협의하며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면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나 과학기술대통령자문회의(PCAST)를 관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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