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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산업지도를 바꾼다] <2> 입도선매 시작된 모바일 인재 쟁탈전

"될성부른 인재라면 중·고생도… " 美, IT 미래에 아낌없는 투자

실리콘밸리 인턴들 숙식 제공에 월급 6,000弗 훌쩍

"앱으로 실력 증명… 어릴수록 좋다" 나이는 불문율

필요하면 CEO와 언제든 대화, 비전·기밀까지 공유

미국 멘로파크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 중앙에 ''헤커(HACKER)''라고 써진 건물 1층이 마크 저커버그의 사무실(빨간 원 안쪽)이다. 통유리 양쪽에는 "동물원이 아닙니다.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다. 왼쪽 전광판은 ''청소년을 데리고 오는 날(Bring your teen)''을 알리고 있다. 오른쪽 위 사진은 마크 저커버그(왼쪽)가 17세의 마이클 세이먼을 인턴으로 채용한 후 찍은 기념사진. /사진=우승호기자, 페이스북


디지털 자이언트들이 군집해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그중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사를 꼽는다면 어딜까. 이 질문에 대해 이곳 엔지니어들은 "인턴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인턴들은 각 회사의 구내식당과 연봉에 대한 정보가 많다. 이곳에서는 '식당'과 '급여'만으로 회사 상황을 한눈에 파악한다. 급성장하는 회사는 인재 영입을 위해 좋은 밥과 많은 연봉을 제시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2일 실리콘밸리에서 두번째로 맛있다는 페이스북 구내식당을 찾았다. 구글로부터 가장 맛있는 식당의 명성을 가져왔지만 최근 드롭박스에 1등 자리를 내줬다고 한다. 미식가가 아닌 기자 입장에서는 구글에서 못 먹었던 아이스크림을 이곳에서 먹었다는 점이 달랐을 뿐 두 곳 모두 훌륭했다.

그러나 차가운 아이스크림 속에 담긴 뜨거운 인재 쟁탈전은 가히 문화적 충격이었다. 인재전쟁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10대 인턴과 월급', 그리고 이건희 삼성 회장보다 재산이 세 배나 많은 '마크 저커버그의 사무실과 소통 방식'이었다. 구글로부터 시작해 페이스북·드롭박스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과 태도는 정보기술(IT)발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인재를 영입하고 대우해야 하는지 보여줬다.

◇10대 엔지니어, 황금알 낳을 거위로 급부상=미국에서 실리콘밸리 인턴은 뜨거운 감자다. 이유는 '급여 수준'과 '나이' 때문이다. 미국 가정의 월평균 수입은 4,280달러. 이 돈으로 한 가족이 먹고산다. 그런데 실리콘밸리 인턴은 월평균 6,000달러 이상을 받는다. 지난 2004년 만들어진 데이터 분석회사 팔렌티르는 한 달에 7,012달러, VM웨어는 6,966달러를 준다. 트위터와 링크드인, 페이스북의 월급은 각각 6,791달러, 6,230달러, 6,213달러다. 여기에 숙소와 식사, 각종 생활서비스는 무료다. 비싼 물가를 감안하면 실제 연봉은 1억원을 훌쩍 넘는 셈이다. 물론 직원의 월급은 인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더 큰 이슈는 점점 내려가는 나이다. 대학 1학년생은 기본이고 16·17세 고등학생에서 12·13세 중학생까지 나이는 불문이다. 어릴수록 좋다. 물론 연봉도 같다. 저커버그는 2달 전 마이클 세이먼이라는 17세 고등학생을 인턴으로 채용하기 위해 직접 만났다. 세이먼은 13세 때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중 '4Snpas'는 두 달 만에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애플스토어에서 1등을 차지했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그를 만났다.

10대 엔지니어는 급변하는 미래를 책임질 핵심인재로 꼽힌다. 10대를 이해하는 엔지니어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그들이 만든 앱을 통해 나이보다는 실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10대들의 이탈로 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한 페이스북 엔지니어는 "모든 서비스의 초점을 모바일에 맞췄다"며 "오큘러스VR 등 젊은층을 붙잡기 위한 인수합병(M&A)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필요한 인재들은 미리 키운다. 황성현 구글 HR비즈니스파트너는 "구글의 성공 비결은 100% 사람"이라며 "구글은 10년, 20년 후 전략을 짜고 필요한 인재를 학교에서 직접 교육시킨다"고 소개했다.



◇인재를 주인으로 만드는 것은 '비전과 비밀 공유'=저커버그의 사무실은 본사 중앙에 있는 건물 1층에 있다. 통유리로 돼 있어 오가는 직원들은 안을 다 볼 수 있다. 책상과 컴퓨터가 전부다. 다른 직원보다 나을 게 없다. 점심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는 세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직원들은 저커버그나 샌드버그가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고 필요하면 언제든 그들과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페이스북 엔지니어는 "직원들은 마치 자기가 저커버그인 것처럼 이글거리는 눈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한다"며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내 회사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말로만 듣던 수평적 소통과 주인의식을 눈으로 확인한 셈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황 파트너는 "인재를 영입하고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최고의 '복지'와 '성과급'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그들을 주인으로 만들고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재를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고 힘들지만 들어온 인재가 나가지 않도록 붙잡고 좋은 성과를 내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더 힘들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식을 주지만 더 중요한 것은 회사의 비밀을 공유하고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페이스북 등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매주 창업자와 직원이 모여 회사의 비전과 비밀을 얘기한다. 황 파트너는 "M&A 등 법적으로 제한된 것 외에는 모든 것을 공개한다"며 "회사의 비전과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직원들은 본인이 회사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인턴 등 모든 직원에게 권한도 준다. 구글은 근무시간의 20%, 페이스북은 일 년에 한 달을 자신이 원하는 일에 쓸 수 있다. 말단 직원도 팀을 만들고 프로젝트 리더가 돼 하고 싶은 일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구글의 스트리트 뷰, 어쓰, G메일, 크롬과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등이다. 물론 성과에 따라 참가자들에게는 수십억원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황 파트너는 "구글이 지금까지 성장하고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직원들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분명한 미션을 제시하고 그들을 진짜 주인으로 대하는 것이 기업의 성공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멘로파크=우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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