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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부사ㆍ저축은행 금융불안 ‘시한폭탄’
입력2003-04-07 00:00:00
수정
2003.04.07 00:00:00
조의준 기자
“신용카드 부실에 가려져 아직 시선이 덜 가서 그렇지 할부사도 이미 곪을대로 곪았어요. 금융시장의 뇌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H투신 채권딜러)“요즘 6%대 후반에서 7%대의 비싼 이자로 예금을 받는 저축은행들은 일단 의심스러운 눈으로 봐야 합니다. 뭔가 사정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유동성에 문제거나, 아니면 엉뚱한 사업을 벌이려 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J 저축은행 상무)
할부금융과 저축은행의 요즘 분위기를 축약한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할부금융사와 저축은행에 경보발령이 내려진 지 오래다. 신용카드회사들은 금융당국이 은행과 모회사 등을 동원해 총력지원하고 있지만 할부사와 저축은행은 곪은 부위가 가려진 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과도 같다는 지적이다.
특히 할부사는 수많은 대출고객이 연결돼 있는데다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유통경로가 카드사와 다를 바 없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할부채ㆍCP 헐값에도 거래안 돼= 삼성ㆍ현대캐피탈 등 대형사를 포함한 할부업계 전체의 신용대출 연체율이 평균 20~25%에 이르는 등 부실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할부사의 경영난이 심화되자 지난 달 이후 할부사의 기업어음(CP)을 사려는 기관투자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따금 거래가 체결되긴 하지만 사려는 쪽이 부르는 게 값이다. 한 기금은 지난 달 하순 대기업 계열 할부사 CP를 6%대 후반의 금리로 후려쳐 그것도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샀을 뿐이다. 이 할부사의 CP는 지난 2월 중순까지만 해도 4.8~4.9%선에서 거래됐다. 할부채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대형사가 발행한 할부채는 카드채와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되지만 매기(買氣)는 거의 끊겼다. 중소형사 채권은 당연히 매매가 되지 않고 있다.
할부사의 채권과 CP 유통규모가 16조원 안팎에 이른다. 할부사들은 3월 한달을 힘겹게 버티긴 했으나 이 달 부터 6월까지 돌아오는 할부채가 약6,200억원, CP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원 안팎에 이른다. 차환 발행이 어렵기 때문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도 갈수록 늘어=저축은행 역시 소액대출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월말 현재 연체율이 32.7%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상반기말에는 연체율이 40%대를 넘을 전망이다.
수입원이 없어졌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저축은행들은 소액 가계대출로 영업을 유지했다. 카드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소액대출을 강화해 1년만에 2조6,000억원(1월말)의 돈을 꿔줬고, 고객도 새로 100만명이 늘었다. 그러나 이들 10명 가운데 3명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연체자들이다. 경영이 갈수록 부실화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울에 있는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믿을만한 저축은행은 전체의 20~30%정도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근근히 버티거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매우 불안한 영업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기관으로 일반인들로부터 예금을 받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부실화는 끊임없이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외환위기후 115개의 저축은행(옛 신용금고)이 문을 닫았지만 지난 달 다시 김천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어 자본잠식 등 경영난에 허덕이는 3~4개 저축은행이 퇴출위기에 몰리는 등 경영부실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서민들, 돈꾸기는 더욱 힘들어져=부실이 늘어나자 현대캐피탈은 하위3개 등급의 신용도가 나쁜 고객에게는 대출한도를 50% 축소하고, 대출승인률도 10% 정도 낮췄다. 삼성캐피탈은 `아하론` 대출자격요건을 30대 기업이나 상장ㆍ등록 업체 직원이 아닌 경우 보증인을 세우도록 하는 등 강화하고 있다. 저축은행들도 부실채권을 자산관리공사(KAMCO)에 매각하고 소액신용대출을 중단하는 등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신용자들은 제도권 금융회사로부터 돈 빌리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카드에 이어 할부금융,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경영부실과 신용불량자 양산은 험난한 우리경제에 새로운 `폭탄`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최원정,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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