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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 최태원회장 취임 10돌

"선친 10주기 더 부각시키는 것이 자식된 도리"<br>특별행사없이 SK임직원들과 저녁식사만 계획


고(故) 최종현 회장의 10주기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10주년 기념식은 ‘조촐모드’로 진행하기로 했다. 22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자신의 취임 10주년인 오는 9월1일 울산에서 주요 계열사 임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10주년 기념식을 대체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이어 3일에는 울산공장에 새롭게 지은 중질유분해시설 준공식에 참석한다. 회장 취임 10주년 기념식을 이처럼 조촐하게 치르는 것은 최 회장 본인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SK 임직원들은 최 회장이 지난 1998년 선친 작고 직후 상중에 경황없이 경영권을 승계하느라 취임식도 하지 못했던 터라 10주년인 올해에는 특별한 행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 회장은 “울산에 내려가 직원들을 격려하고 함께 테니스를 치며 기념하겠다”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기념식을 울산에서 조촐하게 열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자신의 취임 10주년보다는 선친의 10주기를 더 부각시키는 것이 자식된 도리이고 사면을 받은 지 불과 보름 만에 대대적인 취임 10주년 기념행사를 벌이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다 SK㈜ 대주주인 SK C&C의 증시 상장이 늦춰지면서 SK C&C→SK㈜→SK텔레콤ㆍSK네트웍스→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완전히 끊고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 잠정 연기된 것도 기념식을 조촐하게 치르기로 결정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당초 SK그룹은 SK C&C 상장을 통해 들어오는 약 1조원의 현금을 바탕으로 한 신사업 추진계획을 최 회장 10주년에 맞춰 야심차게 발표할 예정이었다. 한편 최 회장 취임 10년 동안 SK그룹은 성공적인 경영활동을 벌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 회장은 1998년 당시 전문경영인인 손길승 회장과 함께 ‘투톱 체제’로 경영권을 이어받아 그룹을 이끌다 2003년 초 분식회계 파문으로 ‘투톱’이 함께 구속된 데 이어 경영권을 위협하는 소버린자산운용의 집요한 공세에 무려 2년을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SK그룹은 1998년 36조원에서 2007년 말 78조원까지 매출규모를 확대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을 9,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늘리며 기록적인 성장을 이뤘다. 자산도 34조원에서 78조원으로 늘어나 재계 순위도 GS와 분가한 LG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최근 정유와 이동통신의 이익성장세 둔화, 국민적 이미지 악화 등으로 고민이 많다”면서 “특히 선친의 10주기를 맞아 더욱 큰 책임감을 느껴 어깨가 무거워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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