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국악인들은“최근들어 크로스오버 국악의 인기가 급등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지면 국악 발전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주리, 조문영, 신창렬. /김동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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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스오버 국악그룹‘그림’은 양악과 국악의 절묘한 조화를 앞세워 국악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사진=국악중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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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덕영 국악중심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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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달라진 국악 대중에 윙크하다
"대중들 국악 외면은 洋樂 교육 편중 탓"…크로스오버 國樂 최근들어 인기 급상승초·중·고 교과과정에 최근에야 40%이상 실려…비즈니스的 접근 외면 국악 自生力 상실도 문제
우현석
기자 hnskwoo@sed.co.kr
젊은 국악인들은“최근들어 크로스오버 국악의 인기가 급등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지면 국악 발전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주리, 조문영, 신창렬. /김동호 기자
크로스오버 국악그룹‘그림’은 양악과 국악의 절묘한 조화를 앞세워 국악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사진=국악중심 제공
엄덕영 국악중심 대표
“당신은 국악을 즐겨 듣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자도 이 번 취재를 하기 전까지 국악이라고는 사물놀이와 황병기의 가야금 연주를 제외하면 단 한 곡도 진지하게 들어 본 곡이 없었다.
그러나 얼마 전 우연찮게 들어 본 25현 가야금의 명징한 울림에는 감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취재를 결정하고, 국악인들을 만나, 귀동냥을 하면서 눈을 뜨게 된 국악의 세계는 엄청난 소리의 바다였다. 아니 소리의 바다가 아니라 오래 전 부터 우리 곁에 있었지만 서양 음악에 중독된 우리가 애써 귀를 막고 듣기를 거부했던 선율과 가락의 소용돌이였다.
또 젊은 국악인들이 현대적 감각을 덧 씌워 만들어 내는 울림은 듣는 이의 가슴 속으로 거부감 없이 파고 들었다 .
연말을 앞두고 육교와 한강 교량의 난간을 뒤덮은 숱한 콘서트 홍보 간판들.
이제 그 숱한 간판들 속에서는 도무지 발견할 수 없는 국악의 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시작하려고 한다.
국악기획 및 음반제작사 ‘국악중심’의 엄덕영 대표(43)는 대학시절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유수의 광고대행사에 근무하던 광고 맨이었다.
그런 그가 국악에 미쳐 매니지먼트 및 음반제작 사업을 하게 된 것은 지난 97년. 영동 난계(蘭溪)국악축제 진행을 맡은 것이 인연이 됐다. 엄대표는 행사를 치르면서 자연스레 국악인들과 술도 마시고, 연습하는 것도 구경하며 어울렸는데 어느 날 우연히 ‘난계국악단’이 연주하는 대금 연주 ‘청성곡’을 듣게 됐다.
그 순간 그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코 앞에서 울려퍼진 대금연주는 그의 정신을 아득하게 했고, 그런 그에게 국악단 ‘슬기둥’의 멤버 이준호, 강호중은 “이 참에 아예 국악 기획업체를 차려보라”고 부추겼다. 대금의 가락에서 미쳐 깨어나지 못했던 엄대표는 그 제안을 덥썩 받아들이고 말았다.
엄대표는 그 때를 회상하면서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대금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한 방에 맛이 가버렸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아직 그 때의 감동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대금연주 한 곡으로 직업을 바꾼 엄대표는 국악이야말로 세상 어느 장르의 음악 보다 현장성이 뛰어나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제 그 같은 국악의 마력은 엄대표 혼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서서히 입증되고 있다.
권번(券番:조선시대에 기생을 총괄하던 기생청의 후신)에서 흘러나온 가락이 국악의 전부인 줄 알던 이 들은 점차 사라지고, 신세대를 중심으로 국악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양악과 협연 줄이어
이와 관련 엄대표는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국악계에는 젊은 뮤지션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인적 인프라가 탄탄할 뿐 아니라 일부 인기 뮤지션의 팬클럽은 가입자가 1,000명을 웃돌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로스오버 국악그룹 ‘그림’의 경우 한 번 공연을 하면 700~800석 정도는 금방 차버리고, 비보이와 숙명여대 가야금연주단이 함께 광고를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림의 해금연주자 김주리(30)는 크로스오버의 인기와 관련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며“심지어 공연중 분위기가 달아 오르면 청중이 모두 일어서 춤을 추고 몸을 흔드는 스탠딩 콘서트가 즉흥적으로 열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젊은 국악인들은 가난하다.
대중 가수들 같은 풍요는 고사하고, 자체 공연의 수익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림의 리더 신창렬(33)은 “국악 장르중 가장 인기가 있는 크로스오버라고 해도 유료관객은 50%수준에 불과하다”며“공연에 투입되는 악기규모 때문에 대극장이나 중극장을 주로 대관해 왔는데, 앞으로는 수지를 맞추기 위해 악기규모를 축소한 소극장 공연을 계획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유료를 예상하고 공연을 기획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발전”이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악공연은 내돈 내고 가는 사람은 전무했고, 공짜 표로 구경하는게 당연시 됐었다”고 말했다.
국악이 당면한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 뿐만이 아니다.
대중화를 위해 양악과 협연을 하는 크로스오버의 경우 기술적인 어려움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25현 가야금 연주자 조문영(30)은 “12현 가야금으로는 한정된 곡밖에 연주할 수 없었지만 25현 가야금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음악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가야금은 음량이 작아 양악기의 음량에 묻혀 버리는 현상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국악을 하면서도 크로스오버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단순한 금전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해외 공연 등 지원을 받게 되면 비즈니스적 차원에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렇다고 우리가 정부지원에 기댈 생각은 없다”며“다만 정통 국악 보다는 전략적ㆍ상업적으로 대중에게 호소력이 있는 만큼 자생력을 갖출 때 까지만 지원을 해달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해외공연 등 정부지원을"
크로스오버의 약진과 관련 국악과 교수 출신인 박범훈 중앙대총장은 “대중이 좋아하는 소리와 전통음악으로 보존된 소리는 이질감이 있다”며“어떤 음악이든 자주 들어야 좋아지게 마련인데 국악은 그런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거리감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총장은 이 같은 현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전통음악도 옛날에는 대중 음악이었던 적이 있었다. 다만 시대에 따른 음악문화를 형성하지 못하고, 서양문화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다 보니 음악이 양악 중심으로 발달하고 우리음악은 뒷전으로 밀려 전수 보전에만 머물렀다. 그런 시간이 반세기나 흘러 국악은 이제 가지가 생겨나는 단계다.
국악은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다가 최근에야 초ㆍ중ㆍ고 교과 과정에 40%이상 실리게 됐다. 서양음악과 함께 국악교육이 이뤄지게 됐다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체성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창작 음악들이 대중들 앞에 선보이고 있다. 이런 작업은 이미 70년대부터 국악관현악단이 창단이 되고, 새로운 음악을 만들면서 그 움이 튼 것이다.
국악이 젊은 음악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대중적 소리의 이해와 접목 되는 것이다. 시대적 감각이라는 관점에서 국악이 이해가 된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클래식에 입문할 때 짧고 쉬운 소품에서 시작해 베토벤ㆍ 바하까지 관심을 갖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철호 국립국악원장도 크로스오버의 약진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김원장은 “전통 한복과 개량 한복중 개량 한복이 인기가 많고, 실용자기도 전통 자기 보다 개량자기가 인기가 많다. 국악도 듣기 쉽고 편한 크로스오버에 먼저 끌리게 되지만 그 단계가 지나가면 오리지널이 좋아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전통국악을 찾는 시대가 올 것이다. 또 그런 사이클이 없다 하더라도 마니아는 늘게 마련이다. 다행스런 것은 국민적 관심과 연구능력, 예산의 뒷받침으로 국악의 레퍼터리를 복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악에 대중화의 바람이 불 시대는 멀지 않았다. 우리는 거기에 대비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국악계에서는 국악이 대중화 한 첫 번째 동기로 영화 ‘서편제’의 히트를 꼽고 있다. 최근 입각한 김명곤 문화부장관과 이 한 편으로 스타덤에 오른 여배우 오정해가 출연한 서편제는 국악의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에서는 대중 가수 김수철이 음악을 맡았는데 그의 역할도 상당했다.
2000년에는 정수년이라는 걸출한 해금연주자가 ‘공’(空)이라는 음반을 내면서 국악대중화의 두 번째 파도를 몰고 왔다.
사물놀이의 강력한 비트도 대학가와 시위현장을 두드리면서 대중화에 일조했다.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비롯한 여러 그룹이 탄생했고, 그들은 곳곳에서 국악의 권토중래를 알리는 북소리를 울렸다.
하지만 사물놀이는 그 여진이 너무 강력한 나머지 다른 장르의 국악들을 자신의 그늘로 가려버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크로스오버는 트래디모던계열
최근들어 급속히 대중화하고 있는 크로스오버 국악들은 굳이 분류하자면 ‘트래디모던’(Tradi-modern)계열에 속한다.
트래디모던이라는 개념은 2002년 프랑스에서 정립됐는데, 자국의 전통음악에 기반을 두고 현대화 한 음악을 지칭한다.
세계 각국은 토속 음악의 산업화ㆍ대중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문화관광부, 외교부 산하 국제교류재단 등에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크로스오버 국악은 세계 무대에서 외국 트래디모던들과 비교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중 사물놀이와 가야금, 아쟁 연주곡들이 세계화의 가능성을 인정 받고 있다.
실제로 취재를 위해 기자가 미리 받아 들어 본 조문영의 25현 가야금 연주 음반 ‘a day’는 창작곡에서 동요 ‘따오기’까지 장르의 벽을 뛰어넘는 현란한 주법을 과시했다. 또 현이 울리는 음의 해상도는 음반의 제작을 위해 들인 공을 짐작케 했다.
한 국악인은 크로스오버 국악의 완성도와 관련 “전세계 프로듀서와 음반기획자들이 참여하는 월드뮤직엑스포나 세계음반박람회에 가 보면 대중음악 보다 국악쪽의 반응이 뜨거운 편”이라며 “이 같은 여건에도 불구, 국악계의 상황이 너무 영세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접근이 안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말했다.
또 다른 국악인은 국악의 대중화 실패와 관련 “국악계가 자생력을 상실한 것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도 했다.
그는 “일부 장르나 단체의 경우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것이 관행이 돼 관(官)주도형 사업 처럼 굳어지다 보니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정부가 이왕 지원할 바에는 대중화 가능성이 높은 쪽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6/12/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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