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의 질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R&D예산 비중(1.14%)과 규모(137억달러) 면에서 세계 정상권에 속한다. 그러나 시설·하드웨어 투자 비중이 커 순수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성과도 시원찮다. 과학기술인용색인(SCI) 논문 수는 연평균 6.2%씩 증가세지만 연구성과의 기술이전지수(5.19)는 25위권이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면서 단 하나의 스타급 기술도 상용화된 적이 없을 정도다. R&D 투입 10억원당 특허출원건수를 뜻하는 특허생산성(1.4)은 미국·일본에 앞선다지만 우수특허 비율은 7분의1에 불과하다. 재탕삼탕 연구, 안전빵 연구가 판을 친 결과다. 핵심·원천기술이 부족해 연간 기술무역적자가 57억달러를 넘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자가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결과를 내면 실패로 간주하지 않는 '성실실패인정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R&D과제의 참신성·창의성 등 정성적 평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심사체계와 투자집행 방식을 전면 손질할 필요가 있다. 이 나라의 R&D시스템이 갈 길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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