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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월 15일] 초조한 일본의 엔고 잡기 무리수

지난 9월15일 국제외환시장에 2조엔을 넘는 엔화 자금이 쏟아져 들어갔다. 끝없이 지속되는 엔고(円高)를 잡기 위해 일본 정부가 단독으로 단행한 사상 최대치의 시장 개입이었다. 하지만 하루 평균 4조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국제 외환시장의 흐름을 일본의 독자 움직임으로 바꾸려는 것은 누가 봐도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6년여 만의 대규모 시장 개입으로 엔화의 기세가 잠시 꺾이는 듯했지만 시장의 흐름을 바꿔 놓기에는 당연히 역부족이었다. 엔화 가치는 이후로도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14일 15년 만에 최고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일본은행이 엔화 대거 방출에 나선 즈음 일본 경제산업성으로부터 긴밀한 요청이 들어간 사실이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의해 밝혀졌다. 요청내용인 즉 엔화를 방출해서 달러화만 사들일 것이 아니라 한국 원화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황당한 것이었다.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일본의 원화 매수는 실현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구상이 제기된 이유로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산업계에 팽배한 '초조함'을 지목했다. 결과는 당연히 불발이었다. 그리고 지난 13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한국과 중국을 공공연하게 지목하며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한술 더 떠서 "한국이 외환시장에 수시로 개입해 주요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엄하게 추궁 당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우리 정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환율 이슈로 각국 간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G20 의장국 지위까지 걸고 넘어진 이들의 공공연한 한국 비난은 최소한의 국제 예의마저 던져버린 당혹스러운 발언이다. 특히 일본은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 이은 제로금리 부활로 인해 유럽 등 해외언론으로부터 '환율전쟁의 불을 붙인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처지 아닌가. 엔고를 견뎌낼 체력이 고갈된 탓일까. 궁지에 몰린 일본은 적어도 환율에 관한 한 상식 밖의 무리수로 얼룩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정작 일본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제적인 협조와 긴밀한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상대를 자극하는 일본의 경솔한 움직임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리고 위험하다. 글로벌 협력과 안정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라도 일본이 더 이상은 무리수를 두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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