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원이 오는 20일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본안 소송에 대한 첫 판결을 내놓는다.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전은 중대 기로를 맞을 전망이다.
18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독일 만하임지방법원은 오는 20일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3건의 통신특허 침해 소송 중 1건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어 이달 27일과 3월 2일에도 나머지 2건의 특허에 대한 판결을 내놓는다. 작년 4월 삼성전자가 애플의 잇따른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에 맞서 소송을 제기한 지 9개월 만이다.
이번 판결은 전 세계 10여개국 30여건에 달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중 첫 본안 소송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시적인 판매금지가 주된 목적인 가처분 소송과 달리 본안 소송에 패하면 앞서 판매한 제품까지 소급해 특허료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야 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금까지 판매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수 억대에 달해 배상금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날 수도 있다.
판결 결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독일 법원 역시 본안소송이라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판결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그간 이동통신기술 특허에 주력해 온 만큼 판결 결과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삼성전자는 그동안 이동통신기술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왔다”며 “애플의 일방적인 특허침해에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한국과 일본, 호주 등에서 비슷한 내용의 본안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앞서 판결이 나온 가처분 소송 역시 양측이 서로 항소를 제기하면서 줄줄이 본안 소송으로 이관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미 6개국에서 11건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주고 받았다.
이 때문에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전이 조기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안소송에서 어느 한쪽이 불리한 판결을 받으면 소모적인 특허소송을 계속 끌고 가야 하는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소송전이 장기화되면서 ‘삼성전자가 애플의 유일한 경쟁자’라는 인식이 IT업계에 각인된 것도 애플에게는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애플과 특허소송을 치르면서 소송비용의 수십배에 달하는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오광일 엔씨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본안 소송의 특성상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며 “각 판결마다 승패가 갈릴 경우 양측은 본격적으로 협상 시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사망 이후 양측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 참석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별도 회동을 가졌고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2’에서 “애플과의 특허소송이 죽기 살기로 끝까지 가겠느냐”고 밝히는 등 양측이 소송과 별도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27일에도 독일 뒤셀도르프지방법원에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대상 제품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10종과 태블릿PC ‘갤럭시탭’ 시리즈 5종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번 제소에 대해 삼성전자가 작년 말에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맞대응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송천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는 “당초 업계에서는 6개월 내에 협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양측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장기전으로 접어든 상황”며 “특허공방이 길어질수록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에 손실이 크기 때문에 결국은 올해 안으로 협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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