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에 따라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50~66%에 이르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찍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시기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뿐 아니다. 저금리 기조에도 8월 대출금리가 되레 올랐던 저축은행의 일반대출금리도 9월에는 15.37%(잠정치)로 전월보다 0.18%포인트 떨어졌다.
그렇다고 저금리의 장기화 흐름이 쉽게 깨지기도 힘들다. 주요 선진국들이 저금리정책을 유지하는데다 돈을 너무 많이 풀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나부터 살고 보자'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저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 공통의 기조"라고 말했다.
전세계의 저금리화는 개인은 물론 금융권으로서는 돈 굴리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기도 하다. 3%대 예적금이 주를 이루는데도 개인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국내 예금은행의 올해 9월 말 정기예금잔액은 591조133억원으로 지난해 9월(563조695억원)보다 4.9% 늘었다. 같은 기간 적금은 23조5,791억원에서 22.7% 늘어난 28조9,537억원을 기록했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ㆍ투자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자금운용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만한 곳이 없는데도 갈 데 없는 돈이 은행 등의 예적금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출을 통한 신용창출은 더디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담당 임원은 "돈이 많이 풀려 있는데도 신용창출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라면서 "가계와 기업의 대출수요가 없고 경기침체에 따른 부실을 우려한 금융권은 무작정 대출을 늘리기도 힘든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9월 중 은행의 가계대출은 8월보다 8,000억원 줄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금융지주회사들은 일제히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우리금융은 8월부터 대규모 투자를 억제하고 외화채권 발행 등 유동성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모든 계열사의 경상비와 판매관리비를 최대한 아끼고 일정 금액 이상의 투자계획은 수익성 분석을 철저히 하는 등 그룹 전체가 비용절감운동에 들어갔다. KB금융도 경영혁신운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해 서민금융지원 확대와 가계부채 연착륙 지원, 윤리경영, 불완전 업무처리 개선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지주사 차원의 경영 관리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원호 신한은행 전략기획담당 부행장은 "경영여건은 앞으로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자산건전성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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