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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분양가보다 싸진 시세에 곳곳 계약무효 소송… 금융권 부실 불똥

[아파트 중도금대출 연체 비상] <br>입주예정자-건설사 지루한 법정싸움에 담보 회수도 어려워<br>보증섰던 건설사 마저 줄줄이 구조조정 대상에<br>대세 하락 대비책 마련… 금융권 동반부실 막아야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건설회사들 사이에서는 '깃발만 꽂으면 분양 성공'이라는 분양시장 불패 신화가 이어졌다. 한때 아파트 가격이 은행 정기예금 금리 수준을 초월해 매년 10~30%까지 폭등했으니 부동산은 누구나 동경하는 최상의 재테크 상품이었다. 아파트 청약 전날부터 모델하우스 앞에서 쪽잠을 자며 부동산 대박을 꿈꾸는 인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건설회사들이 주변 시세 대비 20~30%가량 비싼 분양가를 책정해 '배짱 분양'을 해도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항상 순위 내에서 마감되는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며 이미 분양 받은 아파트의 시세가 분양가보다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러자 아파트 계약자들이 집단으로 중도금 납입을 거부하며 건설사를 상대로 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진흙탕 소송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중도금 연체율까지 치솟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금융부실로 본격적으로 전이되고 있는 셈이다.

◇한계선상 넘어선 중도금대출 연체율=지난해 말까지도 시중은행들은 중도금대출 연체율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아파트 집단대출 연체율은 1.35%였다. 이 중 중도금대출 연체율은 은행에 따라 1.5~2%대 초반을 기록하며 금융권에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집단대출은 은행이 담보(아파트)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대출에 비해 부실채권 회수가 쉬울 것이라는 인식이 더해졌다.

올 들어 은행들의 얼굴빛은 확 달라지고 있다. 집단대출의 50~60%를 차지하고 있는 중도금대출의 연체율이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3%대 후반에서 5%대 후반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 중 이주비나 입주자금대출은 연체율이 0.5% 이내인데 중도금대출 연체율은 올 들어 5%대 후반까지 폭등했다"며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이미 통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음을 시인했다.

은행들이 철석같이 믿었던 담보 회수도 어려워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은행들은 법원에 경매 청구를 통해 채권가액의 대부분을 회수한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와 건설회사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반 동안 계약 무효 소송을 벌이고 있는 동안에는 채권 회수가 정지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기회비용 손실은 물론 건전성 악화로 연체율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단대출의 보증을 섰던 건설회사마저 시장에서 구조조정을 위한 수술대에 오르며 은행들이 총체적인 부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 건설업체 우림건설을 비롯해 최근 2~3년 사이 40곳이 넘는 중견ㆍ중소 건설업체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철퇴를 맞았다.

◇부동산 버블이 낳은 사생아=중도금대출 연체율 상승은 기형적인 부동산 버블 현상이 낳은 그늘이다. 2006~2007년을 전후로 아파트 집단대출이 크게 증가할 당시 건설업체와 계약자, 은행 3자의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합의와 막연한 기대감이 버무려진 결과라는 얘기다.



실제 4월 현재 집단대출잔액 100억원 이상의 사업장 중 90.8%는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분양된 단지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주변 시세보다 30% 넘게 비싼 분양가가 책정됐다. 터무니없이 높은 분양가에도 은행은 한번에 500억~1,000억원 규모의 대출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점장부터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며' 집단대출 유치에 나섰다. 한탕을 노리는 청약자들은 불나방처럼 청약 행렬에 동참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은행조차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시장 전망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셈"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고 결과는 참담했다. 특히 파주ㆍ김포ㆍ동탄 등 2기 신도시와 용인ㆍ일산 등 수도권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보다 10~20%까지 떨어지는 현상이 속출하며 중도금 대출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버블이 낳은 비극인 셈이다.

◇방법 못 찾는 은행, 신규 대출 줄이기 나서=더 큰 문제는 은행들이 신규 집단대출 규모를 줄이는 것 외에는 손쓸 방도가 없다는 사실. 실제 대부분의 은행은 4월 말 현재 집단대출잔액은 사상 최대치이지만 대출 증가율은 둔화세다. 특히 집단대출 영업에 '올인'했던 국민은행의 경우 2008년 29조9,683억원을 피크로 집단대출잔액을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대출잔액은 시중은행 중 최대치인 20조원이 넘는다.

대출 축소 외에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계약자와 건설회사 간 지리한 소송전이 끝나기만을 앉아서 기다리는 일이다. 금융 당국도 지난해부터 신용대출 부실관리에 방점을 두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도금대출 연체율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다만 대한주택보증에서 올 2월부터 주택구입자금 보증제도를 만들어 집단대출을 받은 분양 계약자들에게 보증지원을 제공해주고 있다. 4월부터 5월 말까지 두 달 동안 454명에게 624억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이보다는 중도금대출의 총체적 부실을 막기 위한 종합적인 안전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대세 하락에 대비한 금융대책을 마련해 금융권의 동반부실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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