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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물방울로 잠수함 잡는다

공기방울 발생 '공동현상' 이용<br>물의 저항 줄인 초고속어뢰 등장


군사 전문가들은 현대전에서 가장 무서운 군사 무기 중의 하나로 잠수함을 꼽는다. 잠수함이 무서운 이유는 상대방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은밀성에 있다. 하지만 잠수함에도 결정적인 약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작은 공기방울이다. 현재 잠수함을 찾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소리' 뿐이다. 영화 'U-571'이나 '붉은10월', '유령' 같이 잠수함이 등장하는 영화에는 헤드폰을 낀 군인들이 뭔가를 열심히 듣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잠수함의 귀가 돼 어둠 속에서도 주변 환경을 알게 해 주는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를 조작하는 장면이다. 잠수함에서 나는 소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소음원은 바로 프로펠러다. 프로펠러가 돌 때 주위에 생기는 공기방울 때문이다. 이 현상을 공동현상(cavitation)이라고 부른다. 프로펠러가 고속으로 회전하면 주변의 유체 속도는 증가한다. 그리고 속도가 증가하면 압력이 감소한다는 베르누이의 법칙에 따라 프로펠러 주변의 압력은 낮아진다. 압력이 점점 낮아지다 포화압력보다 낮아지면 프로펠러 주변의 물은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게 된다. 물이 수증기로 바뀌며 공기방울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프로펠러 주위에 생긴 수증기는 터지면서 큰 소음을 발생시키고 잠수함의 존재를 노출시킨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공동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프로펠러를 개발해서 완벽한 '스텔스 잠수함'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러시아 과학자들은 잠수함의 골칫거리인 이 공기방울을 이용해 무기를 만들었다. 바로 공동현상을 이용한 어뢰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어뢰는 물 밖의 미사일이나 함포보다 훨씬 느리다. 그런데 공동현상을 이용해 느린 속도 문제를 해결한 '쉬크발(Shkval)'이라는 초고속 어뢰가 등장했다. 쉬크발은 일반 어뢰와 달리 뒤쪽으로만 연소가스를 분사하지 않는다. 뒤쪽으로 90% 정도의 가스를, 앞쪽으로 10% 정도의 가스를 분출한다. 이 앞쪽으로 분출되는 10%의 가스는 앞쪽에 있는 물을 밀어낸다. 덕분에 이 초고속 어뢰는 일종의 공기방울에 둘러싸여 물의 저항을 덜 받고 공기 속을 진행하는 미사일과 같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다. 지금까지 공기방울로 발생하는 소리에 골치를 썩어 온 잠수함이 이제 공기방울을 이용한 초고속 어뢰까지 대비해야 될 처지가 됐다. 이쯤 되면 '공기방울이 잠수함 잡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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