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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진국 막론 對韓보호무역 공세
입력2002-10-14 00:00:00
수정
2002.10.14 00:00:00
■ 무역분쟁 격화조짐中·인도등 개도국들 갈수록 견제강화
최근 들어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경기가 침체를 보일 때면 어김없이 자국산업을 지키려는 보호주의가 만연했다.
반덤핑ㆍ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조치가 크게 늘어나고 비관세장벽도 덩달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의 통상환경 변화는 예사롭지 않다. 통상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로 인해 교역상대국에 대한 견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둘러싼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거세지는 개도국들의 견제
최근의 무역환경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무엇보다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개발도상국들의 움직임이다.
과거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반덤핑 등 수출제한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개도국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올들어 중국ㆍ인도ㆍ브라질 등 개도국들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발동한 수입규제조치(신규)가 전체의 80%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민경선 무역협회 국제통상팀장은 "중국ㆍ인도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개도국들의 강한 견제는 우리나라 수출시장에 큰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기업도 강력 맞대응
여기에 맞서 내수시장을 지키려는 국내기업들의 맞불공세도 거세다.
이계형 무역위원회 무역조사실장은 "반덤핑의 경우 지난해에는 연간 1~2건만 심의했으나 올해는 국내업체들의 신청건수가 무려 37건에 달해 적어도 20건 정도는 조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서로 견제가 심해지면 결과는 뻔하다. 경험상 우리나라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당하게 돼 있다. 중국과의 마늘협상에서처럼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국내업체들의 산업피해 구제신청이 급증하는 것은 저가를 무기로 한 개도국들의 수출확대 때문이다. 지난 2000년의 수입을 100으로 놓고 볼 때 수입물량이 110.7로 크게 높아진 반면 수입단가는 85.9 수준으로 되레 떨어진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올들어서는 거래절차나 제품의 하자 등을 이유로 불거지는 분쟁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올 3ㆍ4분기까지 접수된 무역ㆍ상거래 분쟁은 484건, 2억3,156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건수는 같지만 금액으로는 12.3% 늘어났다. 특히 국제간 분쟁은 7,72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68.0%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
미국 등 선진국들은 한술 더 떠 터럭 하나라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이다. 서창배 대외경제정책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최근 새로운 형태의 반덤핑규제인 버드수정안을 놓고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와 미국간에 갈등이 고조되는 등 무역마찰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 앞서 교역조건을 강화해 선제공격에 나서는 예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내년부터 본궤도에 오를 도하개발아젠다(뉴라운드) 협상에서 주도권(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한 신경전 때문이다.
서 전문연구원은 "최근 세계경기가 침체조짐을 보이자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제가 어려워지자 예전 같으면 암묵적으로 장려하던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공공연하게 트집을 잡는 게 최근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 강력한 통상리더십 필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를 둘러싼 통상환경은 아주 열악하다. 주력 수출품목인 철강의 경우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46건의 수입규제가 걸려있고 조선은 지난달 유럽연합(EU)이 보조금지급 시비를 걸어 WTO에 제소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놓은 상황이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정책실장은 "통상협상에서 과거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경우 수출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협상에 나설 때 부처간 이기주의를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통상정책조정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차별로 쏟아지는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이고도 체계적인 협상전략이 기본이 돼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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