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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M&A전쟁과 비단뱀
입력2005-10-19 17:12:20
수정
2005.10.19 17:12:20
“생사의 기로에 섰던 기업을 인수해 이제 겨우 숨돌리는가 했더니 난데 없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우려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조차 힘들게 됐습니다.”
최근 계열사인 세양선박이 적대적 M&A 위협에 몰린 쎄븐마운틴그룹의 한 임원은 기자를 만나 이렇게 하소연했다. 이 그룹은 요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갖가지 방안을 짜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법정관리 중이던 세양선박을 인수해 정상화한 지 3년여 만에 휘몰아친 최대 위기다.
유통업체인 세이브존I&C 역시 지난해부터 이랜드가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최대주주인 세이브존과 법정공방까지 벌이는 소모전에 휘말렸다. 법정관리 중인 국내 최대 물류업체 대한통운을 둘러싼 STX그룹과 금호그룹의 지분 확보경쟁도 점입가경이다.
요즘 M&A 시장에선 이처럼 국내 기업들간의 ‘죽고 살기식’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간 주류를 이뤘던 외국인 투자가와 국내 기업들간 M&A 공방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의 전략 포석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의 M&A 전쟁은 주로 기존사업의 성장에 한계를 느낀 국내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이 같은 M&A 전쟁의 격화를 놓고 한편에선 득실공방도 만만치 않다. 증시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최근 국내 M&A 시장은 머니게임장으로 변질되고 있어 기업의 투자여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나쁜 상태에서 엉뚱한 곳에 역량을 쏟아 붓느라 자칫 기업 에너지가 소진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미 기업을 인수해 정상화된 기업이라면 사전에 충분한 우호지분과 유동성을 확보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사업다각화를 위해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이라면 사업성을 분석할 때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적대적 M&A 리스크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내 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임종욱 대한전선 사장이 기자에게 던진 조언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해외에서 뱀이 악어를 삼키다 배 터져 죽은 일이 있지요. 기업 M&A를 할 때에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매물인지 면밀히 분석하는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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