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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엔저 리스크 … 코스피 기지개 켜나

한숨 돌린 삼성전자·현대차 반등 이어가

투자심리 개선에 시장 안정성 높아질 듯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엔·달러 환율 오름세가 진정되면서 코스피지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대표주의 주가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엔화 약세 우려가 일부 해소되면서 시장의 하방경직성이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14일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39%(1만8,000원) 오른 131만3,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 연속 상승했다. 올해 들어 연이어 상승한 것은 처음으로 지속되던 하락세가 진정된 모습이다. 현대차 역시 1.75% 오르며 전날의 반등세를 이어갔고 SK하이닉스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0.66%, 0.18%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이날 0.15% 하락하며 연초 급락 후 약보합과 강보합을 오가는 가운데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이들 기업이 동반 반등에 나선 것은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감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4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02.86엔까지 내렸다. 사흘 연속 하락세로 지난 2일 105.35엔을 고점으로 엔화가치 하락세(환율상승세)가 진정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성 자금이 줄어드는데다 3월 결산을 앞두고 일본 기업의 본국 송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그동안 가파르게 진행돼오던 엔화 약세 추이가 한풀 꺾인 것으로 해석했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화에 대한 투기적 매도 포지션 물량이 지난해 12월을 고점으로 청산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며 "최근 미국의 경기지표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월 결산을 앞둔 일본 금융기관들이 본국 송금을 늘리고 있는데다 4월부터는 소비세 인상에 따른 소비 감소로 시중의 통화량이 줄어 엔화 약세 흐름이 상반기까지는 다소 진정된 모습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점도 일본 정부가 확장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기 힘든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재무성은 이날 지난해 11월 일본의 경상수지가 5,928억엔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 29년 동안 최대 적자 규모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대지진 이후 원전 폐쇄로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며 "엔화가 약세 흐름을 보일 경우 자동차와 기계 등 가격경쟁을 하는 업종의 수출은 늘어나겠지만 오히려 전체 적자폭은 커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당장 지난해 4·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남아 있어 엔화 약세가 코스피지수 반등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수가 큰 폭으로 조정 받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며 지수 하단이 단단해지는 효과는 기대해도 좋다는 분석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주가가 글로벌 경쟁업체 대비 할인되어 거래되고 있는 데는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감이 크게 작용해왔다"며 "엔화의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속도가 진정된 것만으로도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난해 4·4분기 국내 기업의 실적에 대한 우려로 코스피지수가 당장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힘들다"며 "대형주의 주가 하락세가 진정되는 데 따라 시장의 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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