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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
입력2007-08-16 17:41:16
수정
2007.08.16 17:41:16
정확히 석 달 전이다. 남북철도 연결구간에서 열차시험운행이 이뤄지던 날, 필자는 경의선을 타고 개성을 다녀온 후 “이렇게 짧은 거리를 반세기만에 다녀왔다”며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았었다. 그 여운은 석 달이 지난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시험운행 이후 대다수 전문가들이 “일회성에 그치면 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필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정기운행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만 남북의 경제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분단의 상처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철도의 완전한 연결까지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도 우리경제의 숨통을 트기 위해서는 남북철도를 연결하고 이를 토대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ㆍ중국횡단철도(TCR) 등 대륙철도와 연결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철길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선박과 항공이 점과 점을 연결하는 것이라면, 철도는 무수한 점이 모여 이루어진 선을 따라 가면서 모든 철로 주변을 교역이 가능한 가역권으로 만든다. 극동아시아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실어 나르고 유라시아 대륙과 물류수송을 하기 위해서는 철도가 가장 경제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물자와 사람이 오고 가면 우리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믿는다.
며칠 후면 남북 사이에 또 하나의 의미있는 일이 생긴다. 28일부터 평양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철도운영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남북철도를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업이 추진됐으면 하는 것이다.
특히 북측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 가령 비료나 양곡 등 남북교류물자의 철도수송이나 개성공단 출퇴근열차운행 등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들이다. 또 남북이 공동으로 투자해 철도협력사업을 하는 ‘합영회사’를 설립, 낡은 화차와 객차를 함께 수리해 경협 물자 수송 등에 투입하는 방법도 있다.
나아가 내년 베이징올림픽 때 남북이 함께 응원열차를 이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고 낙후된 북한철도를 현대화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까지도 함께 논의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한반도에서 유럽까지 뻗어나가는 ‘철의 실크로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더구나 남과 북 어느 쪽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 일이니 불가능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남북간에 온전한 기찻길이 열릴 수 있도록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그 초석이 다져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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