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선제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이 같은 행태를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가 휘청거리는 것은 막을 수 있지만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 국민부담은 커진다. 외환위기 직후부터 2001년까지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만 155조원에 달할 정도다.
이런 이유 탓에 앞으로의 기업 구조조정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기관과 기업 스스로의 책임을 강화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 두 당사자가 알아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26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 정책' 세미나에서 "부실 기업의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워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원장은 "선제적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 기업의 부실화를 막지 못해 국민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행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이전에는 채권단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 제도는 아예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들어가면서 채권단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제도가 시행됐지만 부실기업 정리가 워낙 시급해 사후적 구조조정에 주력했다. 최근에 와서야 위기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 현재는 동부그룹·현대그룹·한진그룹 등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김 원장은 선제적 구조조정 제도 자체는 좋게 평가하면서도 부실기업 사주의 경영권 집착에 따른 구조조정 거부, 금융기관의 채권 회수 위주 정책, 금융당국·기관의 구조조정 경험 부족, 금융당국의 감독 미흡 등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부실기업의 사주를 '실패한 경영자'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존 사주가 구조조정 이후 경영권을 회복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사주의 구조조정 협조 거부로 부실이 확대돼 국민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사례로 지난해의 동양그룹 사태를 들었다.
은행을 향해서는 "기업 부실의 원인을 지배주주나 경영진에만 전가하고 채권 회수에만 급급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선제적 구조조정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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