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게 지내는 조직은 약한 조직입니다. 리더는 비정해 보일지라도 더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리더가 바람(역경)을 피하면 그 바람은 아랫사람과 조직에 향합니다.””
‘마리한화’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올해 프로야구에서 돌풍을 일으킨 김성근(사진) 한화이글스 감독은 20일 한화그룹의 경영진 400명을 앞에 두고 이 같이 말했다.
김 감독은 이날 서울 중구의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화그룹의 ‘7월 임원 조찬특강’에서 100분간 ‘야구와 조직 리더십’을 주제로 열띤 강연을 펼쳤다.
그는 리더의 기본 자세에 대해 “부모의 마음으로 직원을 성장시킬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리더의 자세”라며 “직원에게 단 1%의 희박한 가능성이 있더라도 리더는 그 잠재력을 100%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감독의 대표적인 훈련방식이 선수의 최대치를 감안하는 ‘펑고(fungo·야구에서 수비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주는 것)’다. 처음에는 선수의 최대치에 맞춰 훈련을 하되, 점차 최대치를 끌어 올려 한계를 넘어서도록 하는 방법이다.
특히 김 감독은 ‘비정한 리더가 되라’는 요지의 리더십 철학으로 참가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세상에서 나에게 비정한 사람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한다면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 내가 욕을 먹더라도 함께 하는 이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추는 것이 리더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직에서 때로는 악역을 맡아야 하는 임원들로서는 박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스스로도 정에 약하지만 그래서는 사람도 조직도 만들어낼 수 없다”며 “비정해 보일지 모르지만 더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감독의 리더십은 ‘무조건 혹독하게 야단치는 리더십’은 아니다.
그는 올해 5연패를 기록하는 치욕을 겪은 직후 선수단과 만났다. 침울한 얼굴의 선수들을 앞에 둔 김 감독은 불호령보다 설득을 택했다. 다시 선수들이 연습에 매진할 수 있도록 선수들을 열심히 격려한 김 감독은 바로 다음 경기부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야단치면 거리가 멀어지고, 신뢰가 사라진다”는 것이 김 감독의 이야기다.
“리더는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도 김 감독이 이날 강조한 내용 중 하나다. 그는 “감독은 준비 과정과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 리더가 부하들에게만 부지런할 것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김 감독은 자신의 ‘공부 방법’도 소개했다. 김 감독은 모든 선수의 잠재력을 들여다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가장 공을 들인다. 그는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날엔 혼자 1, 2시간씩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 ‘김성근 정신차려라’고 되뇌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감독의 강연을 들은 윤인철 한화테크윈 상무는 “지금까지 리더로서의 자세보다는 후배들에게 보여주는 데 급급했던 것 아닌가 스스로 되돌아봤다”며 소감을 밝혔다. 강연에는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사장 등 한화그룹의 고참 경영진뿐만 아니라 최근 한화로 편입된 한화테크윈의 김철교 사장 등 ‘빅딜 4개사’ 대표와 임원들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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