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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개소리와 방안 수련


시골이라고 항상 조용한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도시보다 더 시끄러울 때가 많다. 개소리 때문이다. 시골에서는 대개 집집마다 개를 키우는데 주로 애완용으로 키우지만, 집지킴이로서 키우는 경우도 있고 평소에 키우다가 유사시에 - 초복ㆍ중복ㆍ말복 등- 몸 보신을 위해 키우는 경우도 있다.

우리 집은 한 마리, 뒷집에는 두 마리, 앞집에서는 네 마리나 키우고 있다. 개들은 개별적으로 짖기도 하지만 낯선 사람이 마을 길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온 동네 개가 다 같이 요란스럽게 짖어댄다. 동네 전체가 개소리로 떠나갈 듯하다. 개판이다.

앞집 개 중에 '방실이'라는 이름의 백구가 있는데 이놈이 짖는 데는 챔피언이다. 사람만 지나가면 악을 쓰고 짖어댈 뿐 아니라 인기척 없는 적막한 밤에도 새벽까지 계속 짖어댄다. 옛말에 개는 아무리 짖어도 목이 쉬지 않는다더니…. 가끔 앞집에 불평을 하면 그 때마다 "이웃 간에 피해를 줘서 아주 미안하다"면서 사과를 한다. 그렇지만 개가 짖는 것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답답해서 인터넷으로 '개소리'를 쳐 보니까 개소리로 인한 이웃 간 불평ㆍ불만ㆍ다툼 등이 수도 없이 많이 소개돼 있었다.

어떤 경우는 개소리에 시달리다 못한 이웃이 "성대 수술이라도 해주면 어떻겠느냐?"고 간청했더니 "그 집에서는 아기가 운다고 성대 수술을 하느냐?"라고 맞받아쳤다. 인천에서는 K씨가 항상 짖는 개의 주인 J씨 집으로 가서 "아는 형이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니 오늘 죽이겠다"고 협박한 후 J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하고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려치기도 했다.



멀리 영국에서는 노팅엄에 사는 36세 여인이 개 짖는 소리를 견딜 수 없어 이웃집에 불을 질러 이 집에 사는 43세 여인을 불에 타 죽게 했다는 섬뜩한 외신도 있었다.

잠 못 이루는 밤을 견디다 보면 '저 놈의 개소리'에 대한 어떤 대책이라도 강구돼야 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부나 개 주인인들 별 도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도 같이 든다. 안 들리는 것을 들리게 하는 '보청기'대신 들리는 것을 안 들리게 하는 '막청기'라도 개발해 보급하면 어떨까.

그러나 우선 당장은 개소리를 수양하는 기회로 삼아 참는 훈련을 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조용한 산중에서 10년 '면벽수련'하는 것보다 개소리 시끄러운 시중에서 1년 '방안 수련'하는 것이 더욱 효과가 클 수도 있겠다. 세상을 바꿀 수 없으면 자기라도 바꾸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길이다. 지금은 오전 3시. 글을 찍고 있는 이 순간에도 앞집 개는 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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