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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시프트] <3부> ① 떠오르는 인간적 자본주의

영리·공익을 함께… '이타적 탐욕'서 미래경영 해법 찾는다<br>방글라데시 이동전화 그라민폰 재임대사업으로 일자리 창출<br>환경에 투자하면서 수익 내는 GE '이코매지네이션'도 본보기<br>재정지원·공공입찰 우선 발주 등 정부 차원 인센티브 뒷받침 돼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었던 빌 게이츠는 지난 2008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자본주의의 정수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광범위한 이익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능력에 있다"며 자본주의 시스템의 혁신을 촉구했다. 그는 이 혁신된 체제를 '창조적 자본주의'라고 이름 붙였다.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이타적 탐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업의 영리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타적 결과란 고용창출, 환경보호기술 개발, 국가재정수입 확충, 문화적 다양성 촉진 등을 포함해 방대한 분야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탐욕적 자본주의가 초래할 자멸에 대한 우려는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인 워런 버핏처럼 가장 성공한 자본가들도 제기한다. 이들 자본주의 리더마저도 자본주의가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본주의가 가진 흠결이 그만큼 많다는 반성을 표시한 것이다.

◇착한 투자, 선한 경영으로 이윤추구=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론자들의 비관에도 불구하고 '이타적 탐욕'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은 이미 자본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성공적인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대표적 사례는 바로 방글라데시의 최대 이동전화업체인 그라민폰이다. 이 기업은 현지의 서민은행인 그라민뱅크의 자회사 그라민텔레콤코퍼레이션이 노르웨이의 이동통신사 텔레노어와 합작으로 설립한 법인이다. 가난으로 정보화 사회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에게 저렴한 요금체계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의 가입자 수는 지난 2002년 100만명에 불과했으나 2010년 10월 말 현재 2,8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현지 시장의 약 44%를 점유한 규모이다.

특히 그라민폰은 빌리지폰이라는 일종의 마을전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빈민여성 등에게 전화기를 임대해주면 해당 빈민이 이를 가난한 마을주민들에게 재임대해 마을전화로 쓰도록 하는 상품이다. 그라민뱅크와 그라민폰은 각각 이자와 임대료 수익을 얻고 그들의 고객 서민은 전화기 재임대 사업자로서 일자리를 갖게 된다.

기업이 영리와 공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증거는 선진국 대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글로벌 자본주의의 아이콘 그 자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2005년 5월 기업이 환경보호에 투자하면서 수익도 얻을 수 있다는 개념인 '이코매지네이션'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신제품이나 새로운 금융 서비스 상품을 개발하고 생산ㆍ판매할 때 시민단체ㆍ전문가 등과 협의해 정한 기준에 따라 외부감사기관으로부터 환경인증을 반드시 통과하도록 한 것이다.

이멀트는 이 방침을 발표하는 연설에서 "환경 문제를 푸는 것은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코매지네이션은 회사의 성장전략"이라고 자신했다. 이는 현실에서 증명됐다. GE가 2008년까지 이코매지네이션 인증을 받은 제품은 80여개에 이르렀는데 그간 해당제품에서 얻은 매출이 무려 170억달러를 웃돈 것으로 전해졌다.

◇착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라=그라민폰과 같은 착한 자본, 좋은 기업이 사회적 인센티브 없이도 자발적으로 시장에서 계속 탄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정책적ㆍ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 인센티브를 통해 착한 자본, 좋은 기업의 출범을 한층 독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저소득층이나 환경보호를 위해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개발하거나 적극적으로 고용을 창출하면 관련 분야의 공공입찰 발주 물량을 우선적으로 수주할 수 있도록 입찰 가산점을 주는 방법을 검토해볼 수 있다.

저소득층 상품개발 비용이나 일자리 창출 비용을 정부가 직ㆍ간접적으로 재정지원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현재 우리 정부는 기업의 고용에 일정하게 비례해 세금을 깎아주는 고용창출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를 보다 발전적으로 손질하려는 시도가 지난해 하반기 당정협의 과정에서 다소 변질되고 말았다. 한나라당이 고용증가 실적에 관계없이 기본공제를 해주는 공제율을 정부안보다 상향 조정한 탓이다. 쉽게 말해 기업의 고용을 유도하는 당근의 크기를 국회가 줄여놓은 셈이다. 아울러 국회가 서비스 선진화 관련 법안의 처리를 계속 미룸으로써 상대적으로 서비스 업종 기업은 고용 인센티브 세제의 수혜를 제조업만큼 포괄적으로 받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착한 자본, 좋은 기업을 활발히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 못지 않게 여야의 입법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소비자와 시민단체 역시 착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고 정부가 착한 투자ㆍ영업과 선한 상품 개발을 주도한 기업인에게 표창하는 것도 당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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