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 예술관은 경사진 대지에 순응하면서도 기능의 통합과 유기적 연계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 박인수(38ㆍ사진) 소장은 “건축물은 무엇보다 시원하고 밝을 뿐만 아니라 외부 형태보다 내부기능이 자연스럽게 외부에 표출돼야 한다”며 배재대 예술관 설계를 이같이 자평했다. 배재대 예술관에는 박 소장의 이런 설계철학이 그대로 반영됐다. 1층은 입체적 공용공간으로 구성되고 그 위에 건축ㆍ미술ㆍ음악 등 3개 학부의 기능이 나란히 배치돼 학부간 연계성이 부각됐다. 또 학부별로 따로따로 들고 날 수 있는 통로, 모든 학부가 함께 출입할 수 있는 통로 등이 마련돼 접근이 용이하고 자연채광과 환기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배재대 예술관은 박 소장이 조병수 미국 몬타나주립대 교수(조병수건축연구소 소장)와 공동으로 설계한 작품이다. 조 교수는 탁월한 건축 디자인 감각으로 세계 건축학계에서 진취적인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 교수는 지난해 한국 건축가로서는 유일하게 미국 유명 건축잡지 ‘아키텍추얼 레코드’가 선정한 세계의 선도적인 건축가 11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박 소장은 “건축 설계사가 자신의 역량과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설계작품에 대해 실제 설계사가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디자인 실명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공동 설계자인 조 교수를 치켜세웠다. 최근 여러 건축가가 건축물을 공동으로 설계하는 사례가 많지만 실제 설계자를 드러내지 않고 건축사사무소만 내세우는 건축계의 오랜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에 따른 것이다. 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가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특선작인 배재대 국제교류관 설계자 유걸 경희대 교수 등 4명의 건축사와 20여명의 예비건축사를 두고 ‘디자인 실명제’ 실시를 통해 젊은 건축가를 키우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이아크건축사무소는 그동안 많은 건축가들이 도외시한 공동주택 등 상업시설 건축과 정부청사 등 공공시설 건축의 설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 소장은 “건축물 설계에서 작품성만 강조하고 대중이나 이용자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자가당착에 빠진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지만 기초자료가 부족하고 실험시간도 오래 걸려 건축가들의 참여가 미진한 상업건축, 공공건축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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