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의 독주는 끝났을까.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으로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집중해야 할 본질적인 질문은 미국 시장 전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여전히 장기 수익과 성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시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세계 최대 내수 시장,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혁신을 선도하는 산업 생태계, 그리고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은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축이었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 이후의 경기 침체 우려에도 이례적인 이익 성장을 이어가며, 투자자들 사이엔 ‘미국 예외주의’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확대는 이 예외주의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들어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의 이익 성장률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12.9%에서 8.1%로 하향 조정된 반면, 비(非)미국 선진국 주식으로 구성된 MSCI EAFE 지수는 같은 기간 4.6%에서 8.1%로 상향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속 가능한 이익 성장을 실현할 다수의 기업이 미국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150억 달러 이상인 전 세계 기업 중 총자산이익률(ROA)과 자산성장률 모두 상위 50%에 드는 기업의 72%가 미국에 있다. 미국의 구조적 강점도 여전히 견고하다. 인구 3억 4000만 명 규모의 내수 시장과 완만히 증가하는 노동 인구가 미국 경제 기반을 떠받치고 있다. 인재 육성의 기반이 되는 대학과 연구 기관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기업 혁신과 창업 생태계의 근간을 이룬다.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회의론은 투자 전략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동안 미국 전체 시장에 대한 패시브 투자가 높은 수익을 안겨줬지만, 이제는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 증시를 견인해 온 ‘매그니피센트7’조차 올해 들어 모멘텀을 상실하며, 그룹 내에서도 성과의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제는 단기적인 관세 리스크를 넘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재투자 기회를 창출하는 우량 기업을 식별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공급망 재편, 비용 증가, 수요 둔화 등 여러 리스크 요인이 얽혀 있는 상황이지만, 탄탄한 재무구조와 지속 가능한 혁신 역량을 가진 기업은 오히려 저평가된 밸류에이션을 통해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 내에서 진정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가려낼 안목이다. 앞으로는 개별 우량 기업의 경쟁력과 비즈니스 전략이 수익률을 좌우할 것이다. 지금은 선별적 분석과 검증된 투자 철학에 기반한 액티브 운용을 통해 ‘진짜 예외적인 기업’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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