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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중기 체계적 지원… 시장·결제통화 다변화 시급

[기로에 선 외환관리] <상> 다가오는 세자리 환율 시대<br>이미 손익분기점 지나 환율 하락피해 눈덩이<br>한국 독자 방어 역부족 글로벌 공조 강화 필요<br>은행 해외투자 확대 등 민간방어막 구축 절실

김중수(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3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지난해 말 새로 도입해 이날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외환자산 운용관리시스템(FROMs2)을 직접 작동해보고 있다. 김 총재는“통화신용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며 기준금리 이외의 정책수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혀 기준금리 이외 지급준비율,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 다양한 통화정책 수단을 꺼낼 것임을 시사했다. /이호재기자


지난해 9월 미국 3차 양적완화(QE3) 이후 연말까지 3개월간 원화가치는 5.58%나 급등했다. 주요20개국(G20) 국가의 15개 통화 가운데 단연 1위다. 해가 바뀌자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연초부터 연 이틀 원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출전선에 당장 빨간불이 켜졌다. 기업들이 올해 사업계획으로 설정해둔 환율 마지노선은 이미 넘어섰거나 거의 근접한 상태다.

사실 우리나라 수출기업이 환율문제에 일희일비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원화는 전반적인 약세를 이어왔다. 외환위기 등 위기가 발생하면 원화가치는 대폭 하락했고 다시 완만하게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한국기업 입장에서는 원고(高) 현상에 대비해 체계적인 대응력을 갖출 뚜렷한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과거와 패턴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는 가운데 넘치는 글로벌 유동성에 원화가 강세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저성장을 고환율로 극복하거나 고성장으로 저환율을 넘어서야 하는데 둘 다 불가능해진 것이다. 게다가 워낙 빠른 속도로 원화절상이 진행되다 보니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을 더는 늦출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피해=보이지 않는 환율전쟁이 국내 경제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환율 손익분기점은 1,076원10전, 중소기업은 1,090원40전이다. 지난해 이미 손익분기점을 지난 셈이다. 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대기업은 1,059원, 중소기업은 1,102원으로 이미 환차손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 원ㆍ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는 연간 영업이익이 3조원 감소하고 현대자동차는 매출이 2조원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5월 연중 최고점(1,185원50전)과 비교해 이미 원ㆍ달러 환율이 110원 이상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이미 현실화된 지 오래다.

엔화 약세에 따른 피해는 더욱 크다. 지난해 원ㆍ엔 환율이 3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수출 간판업종인 전기전자와 자동차는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도 엔화약세가 지속될 경우 자동차ㆍ철강ㆍ항공업종은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당 90엔 수준이 되면 국내 자동차 업체는 가격경쟁력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졌던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어 엔 약세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환리스크에 여전히 취약하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65.1%는 환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는 상태로 나타났다. 무역보험공사 조사에서도 수출 중소기업의 85%가 환 헤지를 통한 위험관리를 못한다고 답변했다. 환율만 바라보고 '천수답' 식으로 운영되던 기업들은 한계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원고(高)시대 종합대책 필요=선진국의 '양적 완화'라는 새로운 변수가 끼어들기는 했지만 원화강세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원화가치는 절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환율하락에 대해 장기적인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당장 문제는 속도다. 과속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시장참여자들의 불안감을 높여 쏠림 현상을 부추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본시장으로의 과도한 외국자본 유입을 조절하도록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는 가파른 강세를 완만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금흐름을 한국 홀로 맞서는 것이 역부족인 만큼 글로벌 공조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정 연구원은 "우리나라만 규제를 도입하면 국제사회의 반발이 있을 수 있는 만큼 G20 신흥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低)환율 국면에서 기업들도 원가절감과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해 환 손실을 극복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 수출기업의 경우 정부의 체계적 지원체계가 절실하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환율에 너무 의존하는 허약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하지만 결국 시장경제에서는 가격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기업과 정부가 공조해 수출시장 다변화, 결제통화 다변화, 상품개발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라고 말했다.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쌓는 노력만큼이나 민간 금융회사도 해외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3,260억9,000만달러로 넉 달 연속 사상 최대치기록을 경신했다.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최고치로 오른 만큼 이제 국가뿐 아니라 은행들도 해외투자를 늘리고 외화운용 실력을 길러 국내 금융시장에 '민간방어막'을 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어찌 보면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워낙 많이 쌓다 보니 민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체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이유도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경쟁력의 기반은 갖춰진 만큼 민간 부문에도 일정 부분 외환시장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금융산업의 해외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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