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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타를 위해 울지마오

부에노스 아에레스 시내를 벗어나 사미엔토 강을 유람선으로 관광하면, 호 화 별장과 방갈로가 해안 삼각주에 즐비하고, 집집마다 개인 요트가 정박해 있다. 그러나 도심으로 돌아오면 사정은 달라진다. 길거리엔 몇푼 안되 는 물건을 깔아놓고 하루종일 물건을 파는 노점상과 어린 아이를 업고 구걸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르헨티나는 2차 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력을 보유한 강대국이었다. 비옥한 땅덩어리에 자연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에 스페인과 독일계 식민자는 쉽게 잘 사는 나라를 건설했다. 그러나 이 유럽풍의 아름 다운 나라를 망친 것은 바로 페론주의, 즉 근로대중을 위한 포퓰리즘이었다. 아르헨티나는 페론과 에바(에비타의 애칭)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 영화 ‘에비타’에서 에바역을 밭은 마돈나는 대통령궁 2층 베란다에서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광장 앞에 모인 노동자들에게 단결을 호소했다. 그녀 의 옆에는 남편 후안 페론은 ‘무산대중의 국가’를 약속하며, 노동자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페론 부부는 1940년대에 남미식 사회주의를 주창, 민간기업을 국영화하고노동단체에 막강한 권력을 심어줬다. 페론주의를 신봉하는 노조는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근로자들에게 직장을 철밥그릇처럼 보장해주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었고,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제17대 총선에서 열린 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얻어 압승하고,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10석으로 제3당으로 급부상하자, 해외 언론과 외국투자가들이 권력 재편에 따른 한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권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에 대해 국민들의 안정희구 심리가 반영됐다는해석도 있지만, 식자층에서는 이러다간 남미로 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하 는 얘기가 자주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외신들은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노동세력등의 과격한 요구가 제기 되면서 노무현 정부가 좌로 방향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에 정부 당국자는 “총선이후 정부 정책이 왼쪽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지난 1년 행적을 보거나, 10석의 소수정당에 불과한 민주노동당은 승리에 만취, 벌써부터 제3당의 위상을 찾겠다고 목청을 세우는 것도 국내외 투자가들이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 개혁은 좌의 개혁과 우의 개혁이 있다. 지난 200년간의 세계 역사는 두가지 개혁의 실험장이었다. 그 결과, 좌의 개혁은 모두 실패했고, 우의 개혁 만이 성공했다. 60년대 중국은 좌의 문화혁명을 추진하다 경제 파탄을 겪어 우의 길로 돌아서 오늘날 과열에 가까운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노동운 동의 진원지였던 영국은 마가렛 대처 수상의 우의 개혁으로 늙은 제국에서 벗어나 강국으로 일어섰다. 이번 총선이 과거의 불확실성을 제거했지만, 이른바 진보세력이 어떤 방향 으로 세를 몰아나갈지에 대한 새로운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 이 불확실성이 국내외 투자가들로 하여금 한국에 등을 돌리게 하고, 한국이 중국과 일 본의 틈바구니에서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는 단지 기우만은 아닐 것 이다. 60년이 지난 2002년, 에바가 연설하던 그 자리에 시위대가 정권퇴진을 요구하며 유혈충돌을 야기했고, 새로 집권한 정부는 1,320억 달러에 대한 대 외채무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최저임금을 두배 올려주겠 다고 약속했다. 외국 빚을 갚지 않고, 그 돈을 근로자들에게 돌려준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와 미국은 그 포퓰리스트 정부에 등을 돌려 금 지원 을 거부했고, 아르헨티나는 마침내 국가부도를 냈다. 마돈나는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마라(Don't cry for me, Argentina)’며 에바를 노래했다. 그러나 에바의 유산은 아르헨티나 경제를 파산으로 몰았고, 국제사회는 ‘아르헨티나를 위해 울지 말라(Don't cry for Argentina)’고 대답했다. 총선이 끝난 지금, 우리는 국제사회에 ‘한국을 위해 울어줄’ 사람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개혁의 방향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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