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내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싱크홀 사고는 시민들에게 불확실성의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 위축된 심리는 쉽사리 치유하기 어렵고 싱크홀로 무너진 도로는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 더욱이 인명피해는 되돌릴 수조차 없다.
최저임금·법인세 인상 우려 설상가상
싱크홀 공포가 우리 경제에도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속되는 수출감소와 디플레이션 심화, 환율 변동성 확대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린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을 3.4%에서 3.1%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줄줄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 어렵다. 중소기업은 2년11개월 연속 내수부진을 호소하는 등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기초체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4월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SBHI)는 91.6으로 기준점(100)을 한참 밑돈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의 중소기업 비중이 2012년 36.7%에서 2013년 39.5%로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부터 통상임금 산정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로 애태우던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이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과 법인세 인상 우려로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우리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이다.
정부는 기초가 튼튼한 경제, 내수·수출 균형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를 경제혁신3개년계획의 원년으로 삼아 강력한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 부문과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규제혁신을 통해 투자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정부의 경제혁신 계획과 수많은 정책과제들이 잇따른 정치 이슈에 매몰돼 추진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절차나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기요틴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59.3%는 여전히 규제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한다. 4·29재보선에서도 경제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소기업발 경제 싱크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진지한 논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중소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산적한 경제 이슈는 그 중요성만큼이나 개인·기업·정부 등 경제주체 간의 의견도 제각기 달라 심도 있는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고용감소 같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은 중소기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폭과 속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제는 심리와 타이밍이라고 한다. 정부 말처럼 경제 재도약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그만큼 중요하다.
정치이슈와 별개로 경제 문제 접근을
이제는 정치 이슈와 별개로 중장기적 시계(視界)에서 경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경제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기 위해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공정한 경쟁을 벌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한국 경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숙제다.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 싱크홀 위기,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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