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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곧 인격이다
입력2004-01-20 00:00:00
수정
2004.01.20 00:00:00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입은 곧 재앙의 문과 같으니 모름지기 말을 조심하라는 경구이다. 우리 속담에도 말을 줄이고 말을 조심하라는 것이 많다.
이를테면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말로써 배를 채우지 못한다` `말 많은 사람은 무능하다` `말 많은 집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말 많은 집 장맛은 쓰다` `말하지 않는 것이 득이다` `말에도 값이 있다` `말은 반만 하고 배는 8부만 채우랬다` `말은 할 탓이요 길은 갈 탓이다` `말은 부처 같고 마음은 뱀 같다` `말은 꿀 같고 심보는 칼 같다` `말은 적을수록 좋다` `말은 할수록 늘고 되질은 할수록 준다` `말이 달콤하면 진실은 적다` `말이 미우면 줄 것도 안 준다` `말이 씨가 된다` `말 잘하는 사람은 거짓말도 잘한다` `말 잘하는 아들 낳지 말고 일 잘하는 아들 낳으랬다` `말이 아니면 대답도 말랬다` 등등 일일이 다 소개할 수도 없이 많다.
반면 말을 아끼되 잘해야 한다는 뜻의 속담들도 있다. 예를 들면 `말로써 천냥 빚을 갚는다` `말만 잘하면 거저도 준다` `말이 보증수표다` `말을 안하면 귀신도 모른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말이 씨가 된다` `말 한마디 했다가 본전도 못 찾는다`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등등이다.
지난해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온갖 되는 말 안 되는 말로 한해를 보내다시피 했다. 모두가 입이 있노라 나서서 설치고, 정쟁이 격화됨에 따라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불신을 넘어 혐오를 느낄 정도였다. 오죽하면 정치인들이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게 됐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말조심을 해야 할 사람들이 어디 정치인뿐이랴. 한번 입 밖으로 나간 말은 엎질러진 물과 같아서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남녀노소와 직업을 가릴 것 없이 사람은 누구나 말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말이 많고 말로써 말썽을 일으키기 잘하는 사람일수록 말수를 줄여야 한다.
이 지구상에는 수십억 인구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사람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이처럼 인간상이 천태만상이듯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직업이 무엇이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이 꼭 지켜야 할 도리와 금기가 있고, 넘어서는 안될 금도가 있는 법이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입 조심, 곧 말조심이다.
대인관계에서 말을 삼가야 할 경우는 많지만, 특히 이른바 사회 지도층에 속한다는 사람일수록 말을 조심해야 한다. 이들의 언행언동이 다른 직업에 비해 보통사람들에게 훨씬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대인관계에서 믿음을 주도록 남보다 몇 배나 노력해야 한다. 신의의 근본은 진실하고 성실한 언행언동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신중한 언행이야말로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사람은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을수록 더한층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일부 정치인, 고위 공직자, 최고경영자 등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결국 그것이 화근이 돼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숱하게 보아왔다. 사람은 비록 공직에 나아가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대기업의 경영자가 되지 않더라도 항상 입을 조심해야 한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입에서 나오는 것이 더욱 더러워서야 되겠는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는다고 해서 모두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무슨 말을 하든지 말을 하기 전에 이 말을 해도 좋은가, 혹시 이런 말을 하면 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하는 슬기로운 배려가 필요하다. 이는 잘 모르는 상대방은 물론, 직장에서 아랫사람이나 가까운 가족과 친척, 친구 사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그것이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 최소한의 도리요 예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실이 거짓에 눌려 숨을 못 쉬는 사회, 정치지도자건 전문경영인이건 지도층에 거짓말쟁이가 많은 나라의 앞날은 희망이 없다.
어쨌든 말이란 자칫 잘못 나오면 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역전시킬 경우도 비일비재하기에 `입은 재앙의 문`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난 것이다. 구화지문과 비슷한 뜻의 구시상인부(口是傷人斧)라는 고사성어도 있는데, 그 풀이는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와 같다`이다. 올해에는 누구나 언행에 신중을 기해 자신을 욕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황원갑 <소설가 / 한국풍류사연구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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