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SC는 장기 투자자… 한국기업 세계진출 가교 역할 할 것"

리차드 힐 SC은행장, 본지와 단독 인터뷰<br>본사 재정, 자금 수혈 필요없을 만큼 튼튼<br>고배당 안하고 오히려 한국투자 늘려, 모기업에 송금한 한국씨티와는 달라<br>난 친한파… 사업 성공위해 연임하고 싶어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금융회사들이 많은 변신을 해 왔지만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이곳을 이끌고 있는 리차드 힐(47) 행장만큼 소용돌이에 빠져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 금융사에서 유례 없는 60일간의 총파업, 그리고 SC제일은행에서 SC은행으로 행명을 바꾸는 작업까지…. SC는 이렇게 10년에 한번 있을까 하는 일을 1년도 안 돼 연이어 겪었다.

그 때문일까. 힐 행장은 국내 언론과의 접촉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은행의 이름을 바꾼 후 지난 2일 국내 언론 처음으로 공평동 본점에서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 응한 힐 행장의 발언 마디마디에는 파업과 고배당 논란 등으로 얼룩졌던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더불어 어느 때보다 은행의 장기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들을 담아냈다.

최장기간 파업 너무 마음 아팠다

힐 행장은 우선 지난해 파업에 대해 "최장기 파업을 거치며 힘든 점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고객들에게 힘든 시간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가슴 아팠다"고 회고했다. 그는 "총파업 기간에도 고객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점을 노조에게 계속 강조했다"며 "새로 출범한 SC은행의 올해 전략 과제 중 고객 만족을 최우선과제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SC는 올해 출범한 노조와도 지난 두 달간 협상을 진행하며 제2의 총파업위기까지 직면했지만 최근 극적으로 임단협을 타결하며 고비를 넘겼다. 힐 행장은 "협상 과정에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은행과 직원들 모두를 위한 긍정적인 결론을 내렸다"며 "새로운 노조와도 파트너십을 갖고 함께 일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고배당 논란… "우리와 씨티은행과는 다르다"

질문은 고배당 논란으로 이어졌다. 힐 행장이 한국의 고객들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 논란'에서 보여주듯 국내에서 외국자본에 대한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 특히나 지난해 말 한국씨티은행이 경영난에 처한 모기업인 미국 씨티그룹에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을 단행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국SC 역시 지난해에 이어 최근에도 1,000억원의 배당을 결정하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배당 얘기를 꺼내자 힐 행장은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설명에 열을 올렸다.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현재까지 SC은행이 지주사에 5,500억원을 배당했습니다. 이중 본사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그룹(SCB)에 배당한 금액이 1,000억원인데 3월 중 영국 본사에 배당할 810억원을 더하면 2,000억원이 안 됩니다. 이는 SCB그룹이 지난 7년 동안 한국SC에 투자한 4조4,000억원의 5%도 안 되는 규모입니다."

힐 행장은 한국씨티의 배당 논란과도 선을 그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업무보고서에서도 나와있지만 한국SC와 영국 SCB그룹의 자본율이 각각 15.58%, 17.6%로 우수한 상태입니다. SCB가 굳이 한국SC에서 긴급 자금수혈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자본상태가 건전하며 한국씨티와는 배당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특히 SCB는 한국에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행명 전환, SC 본사와 시너지 위한 것…"한국 기업과 전세계 시장의 가교역할 할 것"

올 초 행명에서 '제일'이라는 이름을 떼버리고 리브랜딩에 나선 배경도 SCB그룹과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었다고 힐 행장은 말했다.



"지난해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로운 출발을 다지는 동시에 SCB라는 글로벌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긍정적인 비전을 수립하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한국SC은행이 한국의 4대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규모 면에선 초라한 수준이지만 SCB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수년 내에는 국제적인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행명 변경과 함께 힐 행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지원이다. 아시아ㆍ아프리카ㆍ중동 지역 등 이머징마켓에서 1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SCB그룹의 금융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의 무역 및 투자의 흐름을 지원하는 등 기업금융 부문에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 STX중공업이 이라크에서 디젤발전소 수주 계약을 체결한 것이 단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 이라크 4개 지역에서 오는 6월까지 총 900메가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인데 이 가운데 한국SC가 STX중공업에 400메가 규모에 해당하는 금액인 3억8,400만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사실 한국 기업들 중에 이라크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SC은행만 지원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전세계 70여개국에 거미줄처럼 뻗쳐 있는 SCB그룹의 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기업과 전세계 시장의 가교 역할을 하려는 것입니다."

"소매금융 치중 사실 아니다"…"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 될 것"

2005년 제일은행과 합병 이후 '선진금융 기법의 도입'이라는 금융계의 기대를 저버리고 수익성이 뛰어난 소매금융에 치중하고 있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도 힐 행장이 입을 열었다.

"현재 소매금융 부문의 규모가 가장 크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05년 대비 2011년 말 기준 기업금융의 성장률은 260%에 달합니다. 소매금융 성장률인 62%의 4배가 넘습니다. 사업전략 역시 소매금융과 기업금융, 그리고 중소기업금융을 3개 축으로 모든 사업 부문에 동등하게 애정을 쏟고 있습니다."

힐 행장은 행명 변경 전후로 다양한 시도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24시간 영업체제를 도입하는 한편 올 들어서는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서비스를 받기까지의 시간이 8분이 넘지 않도록 하는 '서비스 보증제도', 한 명의 고객에게 전담 상담전문가(PB)와 투자컨설턴트(IA)를 배정해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듀얼케어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솔직히 현재 저희 상품과 서비스를 보면 다른 은행과 큰 차별점을 못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리브랜딩 이후에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차별화를 모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SC가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현지 경영을 지원하는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연임하고 싶다

힐 행장은 스스로를 친한(親韓)파라 부른다. 2009년 12월 SC은행장으로 취임해 올해로 임기 3년차를 맞은 힐 행장. 그 사이 그의 한국어 실력은 눈에 띄게 늘었다. 그는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통역이 필요할 때가 많지만 하루 빨리 한국어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가 이처럼 한국어 배우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도다. 힐 행장은 1월 SC제일은행에서 SC은행으로 행명 변경 행사에서도 한국어로 기조연설을 진행해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힐 행장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의욕이 넘치는 만큼 올해 말 임기 종료와 관련해서도 연임의지를 밝혔다. 그는 "연임과 관련해서는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그동안 추진해왔던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안착 시키기 위해서는 연임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