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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근거보다 강한 '본능'의 힘

[화제의 책] 본능의 경제학 (비키 쿤켈 지음, 사이 펴냄)


터무니 없는 이유에도 반응하는 '본능'의 메커니즘을 살펴보기 위해 하버드대 사회심리학과 엘렌 랭거 교수는 실험을 진행했다. 복사기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떤 때 양보하는지를 살펴봤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5장을 복사해야 하는데 먼저 사용하면 안될까요"라고 했을 때는 60%만이 양보했다. 하지만 같은 문장 뒤에 "왜냐하면 제가 지금 굉장히 바쁘거든요"라고 붙여 말하자 94%의 사람들이 양보했다. 랭거 박사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요인이 서둘러야 한다는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왜냐하면'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사용하면 안될까요. 왜냐하면 제가 꼭 복사를 해야하거든요"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갖다 붙였다. 놀랍게도 또 93%가 허락했다. 실험에서 보듯 설득은 논리나 심리학과는 관계가 없다. 오히려 생물학, 즉 본능과 관련 있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논리적 근거를 잃은 채 본능으로 선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사회인류학자이자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약중인 저자가 본능의 작동원리를 8가지로 나눠 이로 인한예상치 못한 초대형 성공과 참패의 사례들을 소개했다. 미모가 경쟁력이고, 미인이 더 많은 기회를 갖는다고 하지만 왜 고위직으로 갈수록 미인보다 오히려 평범하거나 덜 매력적인 외모의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일까. 이것은 미운 오리새끼에게 안심하고 마음을 놓아 버리는 본능적인 '관대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적이 없는 안전한 행보는 성공과는 되레 거리가 멀다. 노련하게 적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이긴다. 갈등이 인간의 본능적 욕구이며, 갈등 없이는 흥미도 생기지 않기 때문. 비판자나 적이 없으면 강력한 지지자 역시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지지자들을 끌어당기는 자신만의 신념을 '신성한 소', 이 같은 신념을 쉽게 꺾지 않는 사람을 '수탕나귀 같은 사람'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수탕나귀 같은 문제적 인간 휘하에 있을 때 오히려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본능이 극렬 보수주의자나 급진적 자유주의자가 선거에서 이기는 '이변'을 낳게 한다는 것. 매춘 합법화를 주장한 프로레슬러 출신 제시 벤추라가 미네소타 주지사에 당선된 것이나, 미국을 전쟁에 몰아넣은 조지 W. 부시도 마찬가지 사례다. 비틀즈의 노래,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의 끝없는 인기부터 막장 드라마가 욕을 먹으면서도 시청률이 높은 이유 등 다방면의 사례가 흥미를 자극하는 동시에 성공의 열쇠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1만3,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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