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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수익률 낮고 혜택도 없고… 미운오리새끼 전락

●실속없는 알뜰주유소 제휴카드<br>카드사 "마진 안남아" 꺼려<br>소비자 "카드 실적 많아야 할인"


연초 휘발유 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알뜰주유소다. 현 정부가 대표적인 물가안정대책 중 하나로 내세우는 치적사업인 만큼 알뜰주유소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석유공사는 일반 주유소보다 저렴한 기름값에 더해 알뜰주유소를 찾는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며 알뜰주유소 제휴카드 확대에 골몰했다. 여타 주유카드보다 주유시 두 배의 적립률과 할인율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주유소를 찾는 고객 숫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구상만으로는 '대박'을 꿈꿀 법도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난 2월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알뜰주유소 제휴카드가 대략 출범 10개월을 맞았지만 카드 소비자는 물론 카드사에서조차 '찬밥신세'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익률 낮다' 외면하는 카드사들=올해 초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제휴카드 사업자 선정을 위해 국내 전업계 카드사와 은행계 카드사 등에 사업 참여 여부를 타진했다. 그중 우리은행과 농협카드가 사업 참여의사를 밝혀 각각 2월과 5월부터 알뜰주유소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사업 출범 초기 '다른 카드사에도 제휴카드 출시를 위한 문호를 열어놓고 있다'며 석유공사가 카드사들에 숱하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알뜰주유소 제휴카드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알뜰주유소 제휴카드는 우리카드와 농협카드 모두 주유시 리터당 최대 150원을 할인해주거나 최대 200원을 적립해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주유카드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할인 가능폭은 60원. 알뜰주유소제휴카드는 이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카드사들의 역마진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은행과 농협카드에 적립형은 80원, 할인형은 60원까지만 부담하도록 했다. 나머지 초과분은 해당 카드사들이 고객정보(DB)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제휴를 맺은 라이나생명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그렇다 쳐도 알뜰주유소 제휴카드사들이 부담하는 금액이 마지노선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처음부터 파격적인 적립률과 할인율을 내세우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마진이 남지 않는 구조의 상품이 돼버렸다"며 알뜰주유소 제휴카드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의 '굴욕(?)'은 또다시 반복됐다. 최근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10월 초부터 전업계 카드사와 은행계 카드사에 사업 참여를 다시 제안했다. 한 달여의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대부분의 카드사가 사업 참여를 거부하거나 보류한 끝에 외환과 롯데카드만이 추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카드사들을 제휴카드사로 유치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차후에 참여를 원하는 카드사가 등장한다면 제휴사를 언제든지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외환과 롯데카드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저조한 회사들로 수익성보다는 회원 수 확대를 위해 알뜰주유소 카드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높은 적립률ㆍ할인율 '그림의 떡'=두 배의 적립률과 할인율에도 일반 고객들에게 알뜰주유소 카드의 인기가 시원치 않다.

실제 우리카드는 카드 출시 초기였던 3월 한달 동안에만 3,864좌의 고객을 유치했지만 10월에는 1,175좌로 70% 가까이 가입자 숫자가 급감했다. 사정은 농협카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알뜰주유소 카드의 인기가 하락한 가장 큰 원인으로 알뜰주유소의 접근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알뜰주유소 카드가 광고하는 '파격적인' 적립과 할인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

농협카드의 경우 리터당 최대 200원을 적립 받기 위해서는 전월에 고객이 주유 실적을 제외하고도 150만원 이상의 카드 실적을 보유해야만 한다. 카드사 이용고객들의 월평균 이용금액은 대략 60만~70만원 수준. 이를 감안할 때 실제 200원의 적립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객 숫자는 알뜰주유소 전체 가입자의 10%도 안 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추산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정부가 과욕을 부려 알뜰주유소 카드가 소비자는 물론 카드사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카드 상품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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