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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BNP파리바 투자은행이 일부 펀드의 환매를 일시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용 경색에 대한 우려가 한층 심화됐다. 글로벌 증시와 함께 국내 증시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서브 프라임 부실은 주택시장 부진에서 출발해 모기지 대출 업체, 모기지 채권에 투자한 금융 기관들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청산이나 자산유동화채권(ABS) 투자 펀드의 환매 중단 등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켜 서브 프라임 채권과 관련없는 펀드에서도 도미노 환매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대규모 환매 사태로 인한 자금 시장의 경색을 막기 위해 미국 연준,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이 긴급 유동성공급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주에도 미국 서브 프라임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 우려가 글로벌 주식시장에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BNP파리바의 환매 중단이 촉발한 글로벌 증시의 급락은 지난 금요일 주가 급락을 통해 상당부문 반영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제2의 BNP파리바가 출연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발 금융불안이 완화되느냐는 결국 미국 연준의 적극적인 개입 여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준은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실물 경제로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8년 LTCM(Long Term Capital Management) 파산 사태에서도 미국 연준이 적극적으로 빠르게 개입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 당시 러시아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촉발된 금융불안(헤지펀드의 청산, 대규모 환매 요청 등)으로 미국 증시는 한 달 동안 20% 가까이 급락했으며 금융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미국 연준은 긴급구제자금을 집행하고 잇따라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우리나라 증시는 서브 프라임 부실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 보다는 간접 영향권에 놓여 있다. 국내 시중 은행이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CDO)에 투자한 규모는 약 5,500억 원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최대 손실 규모는 1,000억원 가량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직접적인 손실 보다는 간접적인 피해라고 할 수 있는 해외 펀드의 환매 요구가 증가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관들의 매수 여력은 비교적 높은 편이기 때문에 추가 하락 시 기관 투자자가 매수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다. 8월 초 주식형 펀드의 주식 편입 비중은 93%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으며 주가 조정 기간에도 일 평균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국내 주식형 펀드에 유입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불안해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피하기 어렵겠지만,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질수록 미국 연준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과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 여력 등을 고려하면 코스피지수는 1,700선 중반에서 단기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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