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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뉴엘 쇼크' 수출금융 전면 재점검 필요하다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가 전도유망한 기업이라고 칭찬했던 국내 가전업체 모뉴엘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 기업에 대출해준 은행들과 보증을 선 무역보험공사가 수천억원의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모뉴엘의 금융권 여신 규모는 무려 6,000억여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이중 무역보험공사가 외환대출 보증을 해준 금액이 3,300억~3,400억원선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 같은 공공기관의 대규모 보증 손실은 극히 드문 일이다.

검찰이 이번 사태에 대한 본격 수사에 들어간 가운데 책임소재를 두고 은행들과 무역보험공사가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니 한심할 따름이다. 은행의 부실한 대출심사가 문제인지, 무역보험공사의 섣부른 보증 탓인지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 응분의 책임을 물으면 된다. 문제는 7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수출금융에 수시로 구멍이 뚫린다는 점이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모뉴엘이 수출액을 부풀리고 선적서류 등을 조작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출금융의 허점을 파고들어 일종의 카드 돌려막기식으로 돈을 빼돌렸다고 한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해 마련된 수출신용보증·수출자금대출 등 수출금융을 악용한 사례는 모뉴엘만이 아니다.

3,900억원대 수출금융 사기대출로 체포돼 재판 도중 중국으로 도주한 1999년의 변인호 사건, 10여명이 구속된 지난해의 100억대 수출금융 대출사기 사건 등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수법마저 대동소이하다. 부실기업이나 유령업체의 수출실적을 위조하거나 가짜 수출신용장을 작성한 후 수출신용보증 등을 이용해 사기대출을 받은 것이다. 비슷한 사기수법에 매번 당하고 있으니 수출금융지원 시스템에 이상이 있는 게 분명한 듯하다. 무역보험공사·수출입은행·중소기업진흥공단 등으로 흩어져 있는 수출금융 전반에 대한 종합 점검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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