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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내년도 나라살림을 꾸려갈 예산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계획보다 6,000억원이 감액됐지만 여전히 써야 할 돈이 걷히는 돈보다 많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재정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구나 내년 예산안은 정부가 시장의 예상보다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해 올해보다 20조원(5.5%) 가까이 확장 편성한 '슈퍼 예산'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목표치인 성장률 4.0%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세수 펑크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은 정부안보다 6,000억원이 줄어든 375조4,000억원 규모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한 376조원가량에서 3조6,000억원을 삭감하고 의원들이 필요하다고 본 3조원을 증액한 결과다.
그러나 기존 예산안에 없던 누리과정이 우회 예산으로 5,064억원이 새로 편성되면서 실제 감액 효과는 1조1,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기재부 관계자는 "누리과정 예산이 지방채 이자 지원(333억원) 및 대체사업 지원(4,731억원) 등의 목적으로 예비비에 편성됐다"며 "예비비로 사용하려 했던 다른 항목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기존 예산 사용분이 그만큼 감액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예상보다 실제 1조원 이상 예산이 줄어든데다 앞으로도 세수진도율 부진으로 세수 결손액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재정적자라는 난제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비 지출 등을 위해 사용해야 할 돈은 계속 늘어나는데 세수가 계획대로 확보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이미 10조원 이상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등 만성적인 세수 부족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기재부가 발표하는 재정동향에 따르면 9월까지 정부의 국세 수입은 152조6,000억원으로 세수진도율이 70.5%였다. 올해 국세 수입 예상치 221조5,000억원에서 70%를 겨우 넘긴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세수진도율 75.5%와 비교해도 5%포인트 낮은 수치다.
문제는 내년 예산은 세출 기준 올해보다 19조6,000억원 늘어난 슈퍼 예산이라는 점이다. 부진한 세수진도율로 허덕이는 정부가 내년에도 확대 재정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4년 연속 세수 펑크의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무엇보다 전체 세수의 21%를 차지하는 법인세 타격이 우려된다. 실제로 올해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가 제대로 걷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세금 비중이 가장 큰 부가가치세 역시 녹록하지 않다. 부가세 징수실적은 내수 상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도 경기 전망도 정부의 예상과 달리 좋지 않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예산안은 경제성장률 4.0%를 달성해야 가능하다. 대내외 경기가 불투명한 내년에 4.0% 성장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의 예상과 괴리가 크다. 한국은행이 3.9%를 예상하는 가운데 한국금융연구원이 3.7%, 한국경제연구원 3.7%, 현대경제연구원 3.6% 등을 예상하고 있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내년에도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려 할 것"이라며 "상반기에 다 끌어다 쓰고 하반기에 추경 등을 반복하는 악순환은 성과는 성과대로 못 내고 국민들의 어깨만 무겁게 하는 것인 만큼 신중한 재정집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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