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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 2014] 세대갈등 '공존의 길'은 있다 <8> 불통의 조직문화

자기만 아는 부하 vs 일만 시키는 상사… "기업손실 30% 갈등탓"

대한항공 직원들이 ''한마음 마니또'' 행사를 통해 남몰래 자신을 챙긴 동료 직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 국내 한 대기업에서 25년째 근무하고 있는 A(53) 상무. 그는 요즘 팀 내 젊은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이따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업무가 바쁠 때면 ‘당연히 밤새 야근을 해서라도 일을 끝내겠지’라는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젊은 직원들은 퇴근 시간만 되면 내빼기 일쑤다. 잔소리나 핀잔을 주면 꼬박꼬박 말대꾸는 기본이다. 자신이 부서 막내 시절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 A 상무와 같은 팀에서 일하는 B(27) 사원. 매일 같이 상무의 짜증 섞인 잔소리를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회사에 들어온 지 올해로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상무의 업무 스타일에 적응이 되질 않는다. 갑자기 퇴근 직전 일을 시키는 건 기본이고 주말에도 전화해서 업무 지시를 내린다. 부하 직원들의 사생활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상사 때문에 이직을 고려한 적도 있다.

한국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가로막는 세대갈등은 기업 내에서도 이미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군대문화가 몸에 밴 산업화 세대부터 인터넷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자유분방하게 자라온 Y세대까지 삶의 가치관이 다른 세대들이 한 지붕 아래 공존하면서 적지 않은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경영학자들은 대기업의 손실 가운데 약 30%가 이러한 사내 갈등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숨겨진 시한폭탄과도 같은 세대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지붕 아래 다세대 공존…세대갈등은 ‘숨겨진 시한폭탄’=국내 기업에는 크게 3세대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1965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경제의 고도 성장기를 몸소 체험한 이들이다. 기업 내에서 부장과 임원급의 간부 사원 자리를 꿰차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하며 철저한 위계질서에 입각한 상명하복식의 군대문화에 익숙한 것이 특징이다.

그 뒤를 이어 1960년대 후반~1970년대에 태어난 일명 ‘X세대’가 있다.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세계화를 경험한 세대들로 기업 내부 조직의 허리에 해당한다. 경제적으로 먹고 살기 빠듯했던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자란 이들은 사회 공통의 문제보다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더 큰 의미를 두는 자기중심적 가치관이 뚜렷한 세대다.

1980년대에서 2000년 사이에 출생한 ‘Y세대’는 말단사원이나 대리급에 해당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이기도 하다. Y세대는 대개 형제 한 명 내지는 혼자 자라온 경우가 많아 집단주의 문화에 대한 반발심이 강한 편이다. 어려서부터 인터넷 문화에 길들어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자기표현에도 적극적이다. 이처럼 자라온 환경과 가치관이 각기 다른 다세대가 한지붕 아래 공존하다 보니 업무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세대갈등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양성 없는 상명하복식 조직문화 여전=하지만 기업의 조직문화는 아직 세대별 특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상명하복식의 경직된 조직문화는 구성원간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으며 사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980년대에 태어난 대졸 신입사원 340명을 조사한 결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상사나 선배와 갈등을 겪는다’는 응답은 무려 72.9%에 달했다. 이들이 조직문화 중 가장 바뀌었으면 하는 것은 ‘일방적인 의사소통’(36.7%)이었다. 취업전문 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3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직장 내 소통이 원활한지’에 대해 물은 결과 절반이 넘는 60.9%가 ‘원활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수직적인 조직문화 때문에’가 48.1%로 가장 높았고 ‘서로의 의견을 잘 이야기 하지 않아서’가 27.0%로 뒤를 이었다.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서열과 남성 중심의 상명하복식 기업문화가 자리 잡았다”며 “이러한 조직문화는 지금 젊은 세대의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러한 세대갈등이 누적될 경우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조직 내 유기적인 소통을 가로막는 경직된 조직문화 내에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대한상의가 올해 초 발표한 ‘한국경제의 3대 허들과 5대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기업의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사내소통 활성화’를 제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세대 간 벽 허물고 통(通)하라=이처럼 세대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들도 직급과 나이의 차이를 허물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매월 ‘한마음 마니또’라는 직원 간 배려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제비뽑기로 마니또를 선정해 3주간 상대방이 모르도록 선물이나 격려 메시지를 보낸 뒤 마지막 주에 마니또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평사원부터 부장까지 모든 직원이 참여해 직급·세대 간 소통에 나서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사내에서 있을 수 있는 상하 간 갈등상황을 심리 역할극으로 재현해 직원들이 자신의 언행을 돌아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인 ‘화통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신세대 직장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조직 내 세대 간 소통의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토크(Talk) Y’ 세미나를 운영 중이다. 또 매년 팀별 세미나에서 도출된 진단보고서를 시니어와 주니어 사원 간의 인식 차이를 파악하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LG그룹은 전 계열사마다 과장급 이하의 사원들로 구성된 사원 대표기구인 ‘주니어보드’를 운영하며 자유로운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참석해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조직인사 컨설팅전문업체 아인스 파트너의 신경수 대표는 “간부급 관리자들 스스로 바뀌어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회사 차원에서도 직급별 의식조사 등을 통해 사내 세대 갈등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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