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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혁명 주5일제 개막] <중><br>"일·직장서 취미·가정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바뀐다

가족단위 레저·여행등 여가활용 급증<br>투잡스족도 늘고 학원가 '즐거운 비명'<br>"준비 없으면 늘어난 시간 오히려 부담"

회사원 송모(38)씨는 지난달부터 집 근처 고시원에서 주말에만 총무를 보고 있다. 송씨는 다니는 회사가 지난 6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자 토ㆍ일요일을 활용해 자기계발을 위한 공부도 할 수 있고 부수입까지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해 이 일을 선택했다. 송씨는 “그리 많은 돈은 아니지만 치솟는 집값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고려할 때 자기계발과 용돈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견기업 임원인 김모(47)씨에게는 주5일제가 달가운 것이 아니다. 20년 가까이 회사일에만 매달려온 그는 요즘 ‘주말에 집에서 뭐하며 시간을 보내나’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아내나 아이들도 거실 소파를 떡 하니 차지하고 텔레비전 리모컨을 독점한 그에게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주5일제로 샐러리맨들이 일과 직장 중심에서 취미와 가정 위주의 새로운 삶으로 옮겨가고 있다. 늘어나는 여가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경제적ㆍ문화적ㆍ가정적으로 내실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가족끼리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부부와 가족간에 잠재돼온 갈등이 불거져 가정불화가 심화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게 현실이다. 상당수 직장인들은 주5일제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직장인 700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3.1%가 주5일제가 라이프스타일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여가시간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국 관광지 숙박업체들은 금요일 숙박에 신청자가 몰려 주말요금을 받은 지 이미 오래다. 경기불황으로 자동차 내수판매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온 가족이 여행가기에 적합한 레저용차량(RV) 판매는 폭발적으로 늘어 올들어 4월까지 전체 승용차 판매의 44.1%를 차지했다. 전국의 웬만한 계곡이나 해변가에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을 겨냥한 펜션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들어서고 있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일본ㆍ홍콩 등으로 금요일 밤에 떠나 월요일 새벽에 귀국하는 1박4일짜리 해외여행 상품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늘어난 자신만의 시간을 미래를 위한 준비에 투자하는 사람도 많다. 주말이나 야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투잡스(two jobs)족’이 늘어나고 외국어ㆍ자격증 준비로 더욱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로 학원가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자신의 취미활동에 더욱 몰두해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과 영향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소비자군인 ‘프로슈머(prosumerㆍ취미생활을 직업 수준으로 하는 소비자)’도 급증하고 있다. 반면 체계적인 준비 없이 주5일 시대를 맞다가는 새로운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도 있다. 김정운 명지대 여가정보학과 교수는 “바쁘다는 핑계로 갈등을 숨겨온 부부에게는 여가시간이 갈등을 수면 위로 올라오게 만드는 계기가 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독일에서 노사합의에 따라 주4일 근무를 실시한 뒤 이혼이 60% 이상 급증한 사례도 있다. 또 남들처럼 번듯하게 여가를 보내기 위해 매달 수십만원의 비용을 써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주5일 근무로 노동시간과 강도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투잡스ㆍ스리잡스 등으로 포장된 새로운 노동문화는 7일 내내 일에 매달려 사는 새로운 인간을 만들고 있고 기존 직장에서도 줄어든 노동시간을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벌충하기 위해 고강도의 노동조건을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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